약 7만1405㎡(2만1600평) 규모의 의왕 전동화 연구동은 기존 경기도 용인 기술연구소와 의왕, 서산 등으로 분산돼 있던 전동화 분야 연구·개발(R&D) 역량과 연구인력을 통합한 핵심기지다. 직원 650명이 근무 중이며 연구동뿐 아니라 크리에이티브랩, 캐쥬얼랩, 중정 회의실 등 다양한 혁신 공간을 갖추고 있다.
배터리 시스템(BSA)의 개발과 평가,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 기능 안전 시험, 전동화 부품 전자파 시험 등 이곳에서 이뤄진 다양한 R&D 활동의 결과물이 이날 전시됐다. 국내·외 연구원, 기업 관계자들로 북적였고 폭스바겐과 벤츠, 일본 완성차업체들도 일찌감치 테크데이를 방문했다.
중앙에 전시된 미래형 통합 칵핏 솔루션(M.Vics 4.0)은 자율주행 시대 모빌리티를 가상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주행 중에도 다이얼 버튼을 좌-우로 옮겨가며 5개의 넓은 디스플레이 패널의 화면을 제어할 수 있었다. 자율주행 모드로 변경하니 스티어링 휠이 들어가고 디스플레이가 운전자 얼굴 앞으로 튀어나왔다. 영화를 켜면 시트가 뒤로 젖혀지며 시트 헤드스피커를 통해 영화관 못지 않은 사운드를 들려줬다. 현대모비스는 스티어링휠, 시트, 디스플레이 위치가 달라지는 것을 고려해 에어백의 가변성도 높였다. 탑승 중 휴대폰을 쳐다보니 전방주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는 경고음이 울렸다. 1열 승객용 디스플레이는 탁부착이 가능해 2열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는 날씨 예보에 따라 자동차 프론트의 헤드램프가 눈, 비 등 모양의 시그널을 도로에 투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후진가이드·턴시그널 등 다양한 표현의 시그널로 보행자, 운전자와 소통하는 것은 물론 이들의 안전까지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도로법규상 표현할 수 있는 시각정보가 한정적이지만 향후에는 다양한 시그널이 도입될 예정이다. 고투과율 렌즈로는 디자인 굴곡 없이도 차량의 입체감을 구현할 수 있고 시동을 켜면 로고가 뜨는 히든라이틴 기능도 구현될 전망이다.
2단계 자율주행차에는 레이다 5개, 카메라 5개, 초음파센서 8개 등이 적용된다. 향후 자율주행 단계가 5단계에 이르면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최대 탐지거리 350m인 고성능 전방레이더, 코너레이더 등 탑재 갯수도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모비스 연구원은 "레이더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을 2~3차 벤더에 공급하고 라이센스 비용을 받는 등 비즈니스 모델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영국 전동화 엔지니어링실장 상무는 "2011년 하이브리드용 배터리시스템, 모터와 인버터 등 전동화 주요 부품 개발에 성공한 이래 지금까지 확보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단위부품에서 시스템, 더 나아가 미래항공모빌리티(AAM)와 로보틱스에 특화된 전동화 솔루션으로 업계를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R&D 투자비용은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전동화 사업에서만 거둔 매출은 12조원을 웃돈다. 전동화 개발를 거듭할 수록 현대모비스의 글로벌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올해 벤츠 최고운영책임자(COO), GM과 스텔란티스 R&D 헤드 등 C 레벨급 인사들이 현대모비스 제품에 높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폭스바겐과 스페인에 배터리시스템 공장을 짓고 있고 북미에선 처음으로 BSA를 수주해 양산에 임박했다. 일본 완성차로부터는 ICCU를 수주해 의왕연구소에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고객사와는 배터리와 구동시스템 기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