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9월 말까지 한국은행 일시차입금 150조원을 이용해 지난해 전체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1일 한국은행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한국은행에 일시차입한 건수 및 금액은 9월 중순까지 총 75회에 걸쳐 152조6000억원을 차입했다. 이 중 142조1000억원을 상환했고, 이자비용으론 1936억원을 지출할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제출한 정부의 일별 차입 내역을 보면 대출일자가 확인된 9월 12일까지 총 68회 중 38%인 26차례가 공무원 월급 지급일인 하루나 이틀 전에 일시 차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가 세수 부족으로 8월 말까지 재정증권 49조7800만원을 발행하면서 부족한 자금을 한은에서 일시차입해 공무원 월급을 지급한 것이냐는 견해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기관별 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라 월급 지급일 1~2일 전에 각 기관에 급여액을 지급하고 있다. 공무원 보수 규정에 따르면 △국방부 및 그 소속기관은 10일 △교육부 17일 △행정안전부 및 대법원 등 20일 △그 밖의 기관 및 소속기관은 25일 지급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특히 최근 10년 간 정부가 한은에 대규모로 일시 차입한 사례를 보면 2020년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4차례에 걸쳐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2차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총 51회에 걸쳐 102조원을 대출받았다. 2023년엔 56조4000억원의 대규모 세수결손으로 64회에 걸쳐 117조6000억원을 일시 차입했다.
그런데 올해 3분기가 시점에서 벌써 지난해 차입금 규모와 횟수를 넘어서 역대 최다 건수로 이용하고, 최대 규모의 대출을 받은 것이다.
7월 말 기준으로 보면 정부의 기금을 제외한 예산(일반회계+특별회계) 지출액 286조원 중 105조원을 한은을 통한 일시 차입으로 예산을 집행했다가 세수가 걷히면 되갚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임광현 의원은 "정부의 부자 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으로 시급한 예산 지출에 한은의 일시차입금을 '마통'처럼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며 "기재부가 공무원 월급 지출 자금이 부족해 한은의 발권력을 마통으로 인식해 월급을 조달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중앙은행 일시 차입은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주요국은 중앙은행법상 대정부 일시 대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 일부 국가만 허용하고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화량 증가 등으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시차입제도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