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 선거에서 당내 비주류이자 온건파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결선 투표 끝에 새 총리로 선출됐다. 그는 일본 정계에서 오랜 기간 존재감을 드러내 온 보수 정치인이다. 한·일 관계에 비교적 전향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한·일 관계가 개선되면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 후임 역할론에 관심이 쏠렸다. 전문가들은 이시바 신임 총리가 외교안보에 있어서 기시다 총리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그가 주장하는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에 있어서는 한국과 의견 대립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시바 총재가 38년 정치 경력을 가지고 있는 굉장한 '베테랑'이라고 평가하는 동시에 그가 주장하는 '아시아판 나토'를 우려할 점으로 꼽았다. 최은미 연구위원은 "한국한테 중국, 북한 그리고 일본에 대한 인식이 나뉘어 있는 상황이다 보니까 아시아판 나토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큰 틀에서는 아마 현 한·미·일 안보 협력 체제를 유지하겠지만 디테일로 들어갔을 때는 의견이 좀 나뉠 수 있어서 여기에 주목해 봐야 된다"고 말했다.
또 최 연구위원은 "이시바 총재가 다른 후보들보다 위안부 문제, 과거 수출 규제 등을 두고 일본에 쓴소리를 많이 했다"며 "한국이 들었을 때 굉장히 듣기 좋은 얘기들을 많이 했는데, 다만 이걸 총리로서 얘기를 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한테 우호적이고 상대적으로 비둘기파라고 해서 너무 기대치를 높게 가지고 있으면 안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또한 이시바 총재가 한·일 관계에 있어서 기시다 총리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이시바 총재는 아베 신조나 아소 다로 전 총리와 신념을 비롯해 여러 가지 면에서 대립해 온 인물"이라며 "자민당 안에서 진보계 인사로서 인상이 좀 강하기 때문에 한국하고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시바 총재가 아시아판 나토를 결성해야 된다는 견해인데, 이는 아시아 자유주의 국가들이 군사동맹을 결성하자는 것"이라며 "군사동맹은 그냥 한·미일 공조와는 다른 것이고, 아시아판 나토이기 때문에 핵무기도 공유한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일 군사동맹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주장하거나 독도를 공동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더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한·일 양국이 내년 수교 60주년을 맞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업그레이드한 버전이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 교수는 "우리 쪽이 지금 (업그레이드를)요구하고 있는 것이고, 일본이 좀 소극적이었는데 조금 더 적극성을 띨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호사카 교수는 "이시바 총재는 한국에 대한 반성하는 마음을 더 갖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있어서 김대중-오부치 선언보다 더 높은 차원에서 되풀이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