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진 영풍 고문이 25일 "고려아연은 우리 아버님 세대가 만든 기업이지만, 반드시 우리 손에 의해 운영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장 고문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린동 영풍빌딩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려아연은 주인이 어떻게 바뀌든지 영원히 잘 가길 바라고 또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장 고문은 "많은 기업이 기업공개(IPO)를 하면서 지분은 15∼20% 정도 보유한 채 개인 회사처럼 운영하고 있다"며 "창업주 가문이 3세대에 접어들면 지분이 분산되어 공동 경영이 어려워진다. 영풍은 이미 10년 전부터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MBK파트너스와의 공개매수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MBK와 손잡았다고 해서 적대적인 것이 아니다. 저는 고려아연을 살리기 위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MBK가 잘못하고 (고려아연) 주가가 떨어지면 우리가 다시 사겠고, MBK가 잘해서 더 좋은 사람에게 넘기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울산시와 고려아연 노동조합, 정치권에서 국가 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을 MBK에 넘길 수 없다는 반발에 대해선 "예상했던 반응"이라며 "회사가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사모펀드가 아닌 일반 기업에 지분을 매각할 수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경영권을 가진 지분인지 확실하지 않아 팔 곳이 마땅치 않았고, 이만한 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곳은 MBK뿐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윤범 회장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그는 "재벌 가문의 내부 갈등을 싫어한다.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2세와 3세 간의 세대 차이로 의사소통 부족이 있었다고 인정하며, 경영 스타일의 차이도 있었음을 시인했다. 공격적이고 진취적인 신사업 개척을 선호하는 최 회장과 안정적인 무차입 경영을 추구하는 장씨 가문 간의 갈등이 씨앗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갈등이 커진 결정적인 계기로는 최 회장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자사주 상호교환을 꼽았다. 최 회장이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며 자기 세력을 넓히는 동안 장 고문 본인의 반대 의견은 듣지 않았다며 "그 얘긴 결국 '나 당신하고 안 하겠다'는 말"이라고 해석했다. 최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2년 동안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외로웠다"고도 말했다.
장 고문은 "신사업은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접근하자고 했다"며 "신사업 개척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새로운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개매수에 성공하더라도 “(고려아연의)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며 MBK가 최 회장이 추진하던 사업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