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상충', 우리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모든 사람은 자기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경제학은 이기적 인간들의 행위가 시장을 통해 사회적 이익으로 이어진다고 평가한다. 물론 사회적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시장의 실패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지만. 시장의 실패가 발생하는 요인은 독과점과 같은 불완전경쟁시장 등 다양하지만 이해상충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 것은 정보의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이다. 이해상충은 어떤 일을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때 발생한다. A(주인: Principal)가 B(대리인: Agent)에게 자신의 일을 위임할 때 A가 맡긴 일이 B의 자기이익 추구와 충돌하는 경우가 초점이 된다. 기업뿐만 아니라 위임관계가 성립하는 모든 조직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주식회사는 주주들이 지분만큼 유한책임을 갖는 혁신적인 기업제도다. 주주들이 최종 의사결정권을 갖는 회사의 주인이다. 이해상충의 사례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곳이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재무이론이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이 주인-대리인 문제다. 주식회사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들을 선임하고 이 이사 중 CEO를 선임하여 의사결정을 맡긴다. 이해상충은 각 주체가 갖는 정보의 차이와 추구하는 이해가 다른 1) 주주와 이사의 관계, 2) 이사회와 집행임원인 CEO의 관계에서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이에 더해 지배주주가 CEO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3) 지배주주(겸 CEO)와 소액주주의 이해상충 문제가 더해진다.
주주와 이사의 이해상충을 보자. 이해상충은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를 선임하는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만일 이사회의 구성원이자 회사의 일상적 경영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CEO가 이사회 구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이해상충은 매우 크게 나타난다. 정부가 인허가한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예금자보호제도 등으로 뒷받침)나 지배주주가 없는 KT, POSCO, KT&G와 같은 회사가 그런 경우다. 금융사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등에 따라 금융(은행)지주회사의 회장을 선임할 때 객관성과 공정성을 달성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회장(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여야 한다. 문제는 이 사외이사 선임에 누가 영향력을 행사하느냐이다. CEO가 영향력을 가지고 자신의 연임에 유리한 이사진을 구성하는 경향이 있다. 금융당국이 지주회사 회장 선임에 대해 기존 회장이 참호를 구축한다고 비판하는 이유이다. 당국은 인허가권과 감독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선임에 있어 정책목표 등을 제시하고 선임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지켜지는지 볼 수 있지만 선임 그 자체에 개입할 수는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사회와 집행임원을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사회는 주주총회에서 부여된 임원보수한도 내에서 CEO를 비롯한 이사의 보수를 정하는데 그 기준도 또한 주총에서 승인받은 경영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하였는가이다. 경영성과에 대한 평가기능이 이사회에 있는데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것은 셀프 평가가 되기 때문이다. 이사회 의장과 CEO를 분리하는 것이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금융회사에 대한 당국의 개입이 선임 '과정'이 법규에 부합되는지를 살피는 것으로 제한되어야 하지만 KT 등과 같은 지배주주가 없는 회사는 정부의 개입 근거는 금융회사보다 희박하기 때문에 당국의 개입은 매우 자제되어야 한다. 만일 직간접적 개입이 있다면 이사회의 독립적 운영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것이다. 올해 초 KT 회장 선임 과정에서의 혼선, POSCO 사외이사에 대해 해외이사회 경비 문제를 거론하여 압박하는 것과 같은 일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해치는 예이다. 당국이 해야 하는 일은 선임과정과 운영이 투명하고 독립적으로 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지 “감 놓아라, 배 놓아라”가 아니다. 이해상충을 해결하는 제도적 틀을 만들어야 하는 당국이 이해관계에 직접 개입하는 꼴이 되어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지배주주가 있고 그 지배주주가 CEO인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이해상충의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회사 창업자가 회사 CEO인 경우로 메타의 주커버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등과 유사한 경우이다. 지배주주가 이사회 구성원의 선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함과 동시에 CEO로서 회사의 의사결정 책임자가 되면 이사회와 집행임원 간의 상호견제(check & balance)가 무너진다. 이사회는 집행임원의 경영성과를 평가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정한다. 이런 보상에는 일반적인 급여 외에 주주와 경영진의 이해관계를 정렬하기 위해 주식보상도 포함된다. 대표적인 것이 스톡옵션이다.
테슬라 이사회가 2018년 창업자이자 CEO인 머스크에게 560억 달러 규모의 스톡옵션을 주기로 한 것에 대해 가장 기업친화적인 주법을 가지고 있는 델라웨어법원의 판결은, 지배주주 또는 창업자가 회사의 CEO가 될 경우 이해상충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잘 보여준다.
2018년 당시 테슬라 주식 9주를 가지고 있었던 리처드 토네타(Richard Tornetta)가 2022년 10월 “보상 규모가 지나치게 크고, 테슬라의 이사회가 주주들의 이익을 지키기에는 머스크로부터 충분히 독립적이지 않아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머스크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머스크는 이에 반발하여 회사의 소재지를 텍사스로 옮기고 480억 달러 규모의 스톡옵션을 받는 이사회와 주총을 통과시켰다. 델라웨어 법원의 판결과 텍사스 이전 후 결정이 유효한 것인가에 대해 계속 소송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의 판결 요지는 다음과 같다. “델라웨어주법상 회사의 지배자(controler)와 회사 사이의 거래는 엄격한 공정성이 요구되는데, 머스크는 지배자이고 따라서 머스크에 대한 스톡옵션은 엄격한 공정성이 지켜져야 하고 회사와 머스크는 이것이 공정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회사와 머스크는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엄격한 공정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법원은 i) 주주총회 승인을 받았어도 주주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고 ii) 이사회가 일론 머스크와 충분한 협상을 하지 않았으며 iii) 천문학적 규모의 보수를 지급하여야 할 필요성도 인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공정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무효”라고 판결한 것이다.
이 판결은 주주와 이사, 그리고 CEO의 이해상충이 발생하는 지점과 이를 어떤 기준으로 처리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이사(회)는 회사 전체의 주주를 위한 거래(상법 이사충실의무 개정의 핵심 조항)를 하여야 하고, 이 거래에서 엄격한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였다는 것을 입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회사에 대해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더 강한 엄격함을 요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회사는 주주에게 이런 거래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러한 보수 지급의 필요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이사회가 지배권을 갖고 있는 주주나 집행임원에 대해 i) 독립성을 갖고 공정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고, ii) 정보비대칭성을 줄이기 위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여야만 그 거래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스톡옵션뿐만 아니라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Restricted Stock Units)와 같은 다양한 주식보상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 9월 1일 공정위의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분석’ 결과를 보면, 올해 지정된 공시대상기업집단 88곳 중 동일인(총수)과 친족, 임원 등과 RSU 지급 약정을 체결한 곳은 14곳이다. 한화, LS, 두산, 에코프로, 아모레퍼시픽, 대신증권, 한솔 등 7곳은 총수나 총수 일가 19명과 22건의 RSU 계약을 맺었다. 이런 계약이 회사(또는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충분한 근거를 갖고 체결되었는지 봐야 하는 것이다. 스톡옵션은 지배주주에는 부여할 수 없고 부여 한도와 절차가 법으로 정해져 있다. 스톡옵션과 유사한 성격을 갖는 RSU에 관해서는 특정한 법규가 없기 때문에 지배주주를 포함한 것이다. 주주는 회사의 성과를 주가, 즉 회사가치 증가로 보상을 받지만 회사의 임직원은 그 성과를 보상받을 수 없기 때문에 주식보상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지배주주는 주가 상승을 통해 성과를 보상받았으므로 지배주주에게 주식보상을 하는 것은 불필요한 추가 보상이 되는 셈이다. 스톡옵션을 지배주주에게 부여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주식보상제도가 가장 활성화된 미국의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의 경우 지배주주에 대한 주식보상이 없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정위가 대기업 특수관계인에 대한 유가증권 거래현황에서 회사가 직원에게 자사주를 보상으로 제공하는 RSU' 등의 공시를 의무화한 것은 정보비대칭성을 줄이고 주주 등 이해관계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은 대규모기업집단 공시 매뉴얼에 의한 것으로 법적 강제력은 제한된다. RSU를 부여할 수 있는 대상과 한도, 그리고 절차를 규정하는 상법개정안이 상정된 것도 당연한 일이다. 기업은 새로운 제도를 발견하여 시행하고 당국이 이 제도의 의미를 고려하여 법규를 정비하는 것은 일반적인 것이다.
지배주주가 CEO일 때 CEO가 자신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할 때 일반주주에 대한 이해상충은 매우 크게 나타난다. 특히 지배주주가 다른 회사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 이해상충은 더욱 심각하다. 자본시장에서 최근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인적분할, 물적분할과 계열사간 합병 등의 자본거래가 이해상충의 전형적인 예가 된다. 정보비대칭의 관점에서 보면 지배주주이자 CEO는 회사의 경영상태와 그 거래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따라서 그 거래는 지배주주의 이익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배주주의 계열사와 관련된 거래를 공시하도록 한 이유이다.
이것만으로 회사의 분할, 합병과 같은 거래에서 나타나는 이해상충을 방지하지 못한다. 이해관계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더해 이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한 일반주주의 거부권을 부여하는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수 다수결(MoM: Majority of Minority)'제도가 그것이다. MoM이란 지배주주와 관련된 거래에 대한 주총의 결의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LG화학의 배터리부문 인적 분할을 결의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배제하고 일반주주가 의결권을 갖고 과반수를 얻으면 승인하는 것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지배주주는 일반주주의 동의를 얻기 위해 그 거래에 관해 최대한 많은 자료를 공개하고 그 거래의 공정성을 입증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사이 좋은 두 친구가 있다. 두 친구가 하나의 사과를 공평하게 나누라고 하면 어떻게 하면 될까? 한 친구가 사과를 둘로 쪼개고 다른 친구가 그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이 제도는 델라웨어주법에서 권장하는 것을 비롯해 각국에서 독립적 이사회를 구성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지배주주가 회사의 CEO를 겸직하고 관계회사와의 거래 및 합병을 통해 일반주주의 이해를 배제하는, 이해상충의 사례가 발견되는 우리나라에서 MoM을 도입하는 것은 이해상충을 방지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이해상충은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공정한 거래를 가로막아 시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자본주의의 효율성은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공정한 시장을 통해 달성된다. 이사회 의장과 CEO의 분리,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 및 주식보상제도의 제도정비, 그리고 '소수다수결'(MoM)제도 등이 필요하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것이 출발점이다.
주식회사는 주주들이 지분만큼 유한책임을 갖는 혁신적인 기업제도다. 주주들이 최종 의사결정권을 갖는 회사의 주인이다. 이해상충의 사례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곳이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재무이론이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이 주인-대리인 문제다. 주식회사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들을 선임하고 이 이사 중 CEO를 선임하여 의사결정을 맡긴다. 이해상충은 각 주체가 갖는 정보의 차이와 추구하는 이해가 다른 1) 주주와 이사의 관계, 2) 이사회와 집행임원인 CEO의 관계에서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이에 더해 지배주주가 CEO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3) 지배주주(겸 CEO)와 소액주주의 이해상충 문제가 더해진다.
주주와 이사의 이해상충을 보자. 이해상충은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를 선임하는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만일 이사회의 구성원이자 회사의 일상적 경영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CEO가 이사회 구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이해상충은 매우 크게 나타난다. 정부가 인허가한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예금자보호제도 등으로 뒷받침)나 지배주주가 없는 KT, POSCO, KT&G와 같은 회사가 그런 경우다. 금융사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등에 따라 금융(은행)지주회사의 회장을 선임할 때 객관성과 공정성을 달성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회장(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여야 한다. 문제는 이 사외이사 선임에 누가 영향력을 행사하느냐이다. CEO가 영향력을 가지고 자신의 연임에 유리한 이사진을 구성하는 경향이 있다. 금융당국이 지주회사 회장 선임에 대해 기존 회장이 참호를 구축한다고 비판하는 이유이다. 당국은 인허가권과 감독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선임에 있어 정책목표 등을 제시하고 선임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지켜지는지 볼 수 있지만 선임 그 자체에 개입할 수는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사회와 집행임원을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사회는 주주총회에서 부여된 임원보수한도 내에서 CEO를 비롯한 이사의 보수를 정하는데 그 기준도 또한 주총에서 승인받은 경영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하였는가이다. 경영성과에 대한 평가기능이 이사회에 있는데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것은 셀프 평가가 되기 때문이다. 이사회 의장과 CEO를 분리하는 것이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지배주주가 있고 그 지배주주가 CEO인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이해상충의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회사 창업자가 회사 CEO인 경우로 메타의 주커버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등과 유사한 경우이다. 지배주주가 이사회 구성원의 선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함과 동시에 CEO로서 회사의 의사결정 책임자가 되면 이사회와 집행임원 간의 상호견제(check & balance)가 무너진다. 이사회는 집행임원의 경영성과를 평가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정한다. 이런 보상에는 일반적인 급여 외에 주주와 경영진의 이해관계를 정렬하기 위해 주식보상도 포함된다. 대표적인 것이 스톡옵션이다.
테슬라 이사회가 2018년 창업자이자 CEO인 머스크에게 560억 달러 규모의 스톡옵션을 주기로 한 것에 대해 가장 기업친화적인 주법을 가지고 있는 델라웨어법원의 판결은, 지배주주 또는 창업자가 회사의 CEO가 될 경우 이해상충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잘 보여준다.
2018년 당시 테슬라 주식 9주를 가지고 있었던 리처드 토네타(Richard Tornetta)가 2022년 10월 “보상 규모가 지나치게 크고, 테슬라의 이사회가 주주들의 이익을 지키기에는 머스크로부터 충분히 독립적이지 않아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머스크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머스크는 이에 반발하여 회사의 소재지를 텍사스로 옮기고 480억 달러 규모의 스톡옵션을 받는 이사회와 주총을 통과시켰다. 델라웨어 법원의 판결과 텍사스 이전 후 결정이 유효한 것인가에 대해 계속 소송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의 판결 요지는 다음과 같다. “델라웨어주법상 회사의 지배자(controler)와 회사 사이의 거래는 엄격한 공정성이 요구되는데, 머스크는 지배자이고 따라서 머스크에 대한 스톡옵션은 엄격한 공정성이 지켜져야 하고 회사와 머스크는 이것이 공정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회사와 머스크는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엄격한 공정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법원은 i) 주주총회 승인을 받았어도 주주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고 ii) 이사회가 일론 머스크와 충분한 협상을 하지 않았으며 iii) 천문학적 규모의 보수를 지급하여야 할 필요성도 인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공정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무효”라고 판결한 것이다.
이 판결은 주주와 이사, 그리고 CEO의 이해상충이 발생하는 지점과 이를 어떤 기준으로 처리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이사(회)는 회사 전체의 주주를 위한 거래(상법 이사충실의무 개정의 핵심 조항)를 하여야 하고, 이 거래에서 엄격한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였다는 것을 입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회사에 대해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더 강한 엄격함을 요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회사는 주주에게 이런 거래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러한 보수 지급의 필요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이사회가 지배권을 갖고 있는 주주나 집행임원에 대해 i) 독립성을 갖고 공정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고, ii) 정보비대칭성을 줄이기 위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여야만 그 거래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스톡옵션뿐만 아니라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Restricted Stock Units)와 같은 다양한 주식보상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 9월 1일 공정위의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분석’ 결과를 보면, 올해 지정된 공시대상기업집단 88곳 중 동일인(총수)과 친족, 임원 등과 RSU 지급 약정을 체결한 곳은 14곳이다. 한화, LS, 두산, 에코프로, 아모레퍼시픽, 대신증권, 한솔 등 7곳은 총수나 총수 일가 19명과 22건의 RSU 계약을 맺었다. 이런 계약이 회사(또는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충분한 근거를 갖고 체결되었는지 봐야 하는 것이다. 스톡옵션은 지배주주에는 부여할 수 없고 부여 한도와 절차가 법으로 정해져 있다. 스톡옵션과 유사한 성격을 갖는 RSU에 관해서는 특정한 법규가 없기 때문에 지배주주를 포함한 것이다. 주주는 회사의 성과를 주가, 즉 회사가치 증가로 보상을 받지만 회사의 임직원은 그 성과를 보상받을 수 없기 때문에 주식보상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지배주주는 주가 상승을 통해 성과를 보상받았으므로 지배주주에게 주식보상을 하는 것은 불필요한 추가 보상이 되는 셈이다. 스톡옵션을 지배주주에게 부여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주식보상제도가 가장 활성화된 미국의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의 경우 지배주주에 대한 주식보상이 없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정위가 대기업 특수관계인에 대한 유가증권 거래현황에서 회사가 직원에게 자사주를 보상으로 제공하는 RSU' 등의 공시를 의무화한 것은 정보비대칭성을 줄이고 주주 등 이해관계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은 대규모기업집단 공시 매뉴얼에 의한 것으로 법적 강제력은 제한된다. RSU를 부여할 수 있는 대상과 한도, 그리고 절차를 규정하는 상법개정안이 상정된 것도 당연한 일이다. 기업은 새로운 제도를 발견하여 시행하고 당국이 이 제도의 의미를 고려하여 법규를 정비하는 것은 일반적인 것이다.
지배주주가 CEO일 때 CEO가 자신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할 때 일반주주에 대한 이해상충은 매우 크게 나타난다. 특히 지배주주가 다른 회사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 이해상충은 더욱 심각하다. 자본시장에서 최근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인적분할, 물적분할과 계열사간 합병 등의 자본거래가 이해상충의 전형적인 예가 된다. 정보비대칭의 관점에서 보면 지배주주이자 CEO는 회사의 경영상태와 그 거래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따라서 그 거래는 지배주주의 이익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배주주의 계열사와 관련된 거래를 공시하도록 한 이유이다.
이것만으로 회사의 분할, 합병과 같은 거래에서 나타나는 이해상충을 방지하지 못한다. 이해관계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더해 이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한 일반주주의 거부권을 부여하는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수 다수결(MoM: Majority of Minority)'제도가 그것이다. MoM이란 지배주주와 관련된 거래에 대한 주총의 결의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LG화학의 배터리부문 인적 분할을 결의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배제하고 일반주주가 의결권을 갖고 과반수를 얻으면 승인하는 것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지배주주는 일반주주의 동의를 얻기 위해 그 거래에 관해 최대한 많은 자료를 공개하고 그 거래의 공정성을 입증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사이 좋은 두 친구가 있다. 두 친구가 하나의 사과를 공평하게 나누라고 하면 어떻게 하면 될까? 한 친구가 사과를 둘로 쪼개고 다른 친구가 그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이 제도는 델라웨어주법에서 권장하는 것을 비롯해 각국에서 독립적 이사회를 구성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지배주주가 회사의 CEO를 겸직하고 관계회사와의 거래 및 합병을 통해 일반주주의 이해를 배제하는, 이해상충의 사례가 발견되는 우리나라에서 MoM을 도입하는 것은 이해상충을 방지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이해상충은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공정한 거래를 가로막아 시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자본주의의 효율성은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공정한 시장을 통해 달성된다. 이사회 의장과 CEO의 분리,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 및 주식보상제도의 제도정비, 그리고 '소수다수결'(MoM)제도 등이 필요하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것이 출발점이다.
이용우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 박사 ▷제 21대 국회의원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한국투자신탁운용 총괄 최고투자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