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놓고 여야를 넘어 같은 당 내에서도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와 개인투자자들은 피로감을 내비치고 있다. 2년 전 금투세 도입이 한 차례 유예됐는데 "폐지 대신 유예" 주장이 불거지며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 뒤로 미뤄 놓을 뿐 진전이 없는 것이 더 답답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4일 정치권은 금투세 도입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유예’와 ‘시행’으로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유예’ 측은 국내 주식시장이 2년 전 대비 침체기에 있어 당장 시행하면 개인투자자의 증시 이탈이 가속화될 것으로 봤다. 상법 개정 등을 통해 ‘증시 선진화’를 먼저 이룬 뒤 금투세를 도입해야 투자자들의 조세 저항이 없다는 주장이다.
같은 날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와 국민의힘은 금투세 ‘폐지’ 입장을 전달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최근 정치권이 금투세 도입 여부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은 것에 대한 피로감이 극심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로 조심스럽다”면서도 “민주당 토론회와 국민의힘 측 폐지 촉구 행사는 기존에 나왔던 내용이라 인상적이지는 않았다”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금투세 전담조직 TF 관계자는 “최근 외부 컨설팅 업체 관계자도 불러 TF를 재구성했다”면서 “금투세가 폐지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중간에 멈출 수 있는 조건하에 최소 요건으로 TF를 운영하고 있다. 양도세, 배당소득세 등과 관련해 세금 작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중간에 금투세 유예 소식이 들리면 다시 멈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책 도입 여부를 기다리는 증권사로서는 사실상 ‘폐지’를 원하고 있다. 전산 비용과 별개로 투자자 영업에 금투세가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 역시 “금투세 도입 자체보다 도입 여부 때문에 개인투자자의 혼란이 가중된다”면서 “부자도 많이 거래하고, 서민도 많이 거래해야 증권사 사업성이 좋아지고 규모가 커진다. 과세 부담 때문에 투자자 유치를 못한다는 것은 리테일에 큰 손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올 초 증시 부양책으로 밸류업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박스권 증시에 개인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은 가속화되고 있다.
연초 이후 개인투자자는 6950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투자자도 하반기부터는 8조원 규모를 팔며 순매도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유예팀에서 모두 발언을 맡은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이미 국내 증권시장은 자금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4년 전 11조원에서 115조원대까지 올라섰다. 불확실한 국내 주식시장보다는 투명성이 높고 장기 투자 혜택이 있는 미국과 같은 선진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이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증권가는 연초 공매도 금지, 금투세 시행 등으로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문제가 있을 때는 나서되 국내 주식시장의 매력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은 계속되는 박스권 때문”이라며 “미국도 주식 양도세가 있지만 그 이상의 수익률을 보기 때문에 투자 매력을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국내 증시로 투자자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제도, 환경을 먼저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합리적인 수준에서 과세를 한다면 조세 저항은 없을 것으로 본다. 그다음에 금투세를 도입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