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른바 ‘3강’ 후보 중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은 상승세인 반면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은 하락세를 그리며 2, 3위 역전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민영방송 니혼테레비는 지난 20∼21일 자민당 당원(당비 납부 일본 국적자)·당우(자민당 후원 정치단체 회원)라고 밝힌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총재 선거 설문조사에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지지율 31%로 1위를 차지했다고 23일 밝혔다. 2위는 28%를 기록한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이었고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14%로 3위 자리로 밀려났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새 총리 취임 이후 중의원 해산 시기에 대해 “(총재에 선출되면) 최대한 조기에 해산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일본은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할 권한이 있으며 이를 통해 조기 총선을 실시해 국정 운영의 전기를 마련해왔다. 단 현재 중의원의 임기는 내년 10월까지인데, 국민의 의견 청취나 야당과의 충분한 논의 없이 자민당의 사정만으로 조기 해산을 하겠다는 데 대해 비판이 이어졌다.
이와 함께 이번 선거의 쟁점 가운데 하나인 ‘선택적 부부 별성제’와 관련해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1년 이내에 부부 별성 제도를 법제화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이 제도에 반대하는 보수층 반발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부부가 남편이나 부인 성(姓) 중 하나만 택하도록 법률로 정하고 있는데, 대부분 부인이 남편 성을 따른다. 선택적 부부 별성은 부부가 다른 성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자는 제도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소수이긴 하지만 성을 바꾸고 싶은 분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반면 다카이치 경제안전보장상,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전보장상 등 자민당 내에서도 보수 우익 성향이 강한 후보들은 부부 별성을 제도화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대신 성의 통칭 사용 확대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 경제계와 공명당, 입헌민주당 등에서도 찬성 목소리가 크지만 자민당 일부 지지층에서 ‘선택적 부부 별성은 전통적인 가족제도의 붕괴로 이어지거나 자녀 양육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는 상위 2명을 대상으로 결선 투표까지 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데, 결선은 국회의원 368표, 지방도도부현 47표를 더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국회의원 표 비중이 커진다. 아직 자민당 의원 45명 정도가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 입장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판세가 바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