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청년의 날을 맞아 정부와 각 지자체들이 청년주간을 운영하는 가운데, 최근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지원이 정작 당사자와 현장에는 여전히 와닿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원 사업의 예산을 따내기 위해 성과만을 강조하다 보니 정작 본질을 놓치게 된다는 지적이다. 또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지원이 단기 시범사업으로 끝나면서 탈고립을 결심했던 청년들이 재고립의 길을 걷기도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현황과 지원방안’을 보면 19~34세 우리나라 청년 중 고립 청년은 지난 2019년 약 34만명(3.1%)에서 2021년 약 54만명(5.0%)으로 크게 늘었다.
청년재단은 2019년 기준 고립은둔 청년 약 34만명의 경제활동 포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6조7000억원으로 추정했다. 3년 만에 고립은둔 청년이 20만명가량 증가한 점을 볼 때, 향후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새로운 취약계층 집단으로 고립은둔 청년이 수면 위로 드러남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말 처음으로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지원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올해 8월 인천, 울산, 충북, 전북 4개 광역시·도에서 가족돌봄청년·고립은둔청년을 전담으로 지원하는 청년미래센터가 개소했다.
하지만 최근에서야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고, 지자체 중에선 서울시가 전담기관인 기지개센터를 최근 문 열었을 뿐 다른 곳들은 시범사업 단계에 머무르며 더딘 모습이다.
상당수 지자체들은 1년 단위로 고립은둔 청년 지원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상반기 사업 공모를 진행하고 4월께 사업을 시작해 12월 말 종료하는 식이었다. 이에 사업이 종료되면 불가피하게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지원이 끊겨, 사후관리가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로 인해 재고립을 선택하는 청년들도 있었다는 목소리다.
김주희 서울청년기지개센터장은 “거절당했던 경험들이 많은 청년들이라 지속적으로 봐줘야 하는데, 사업이 종결되면 재고립하기도 하고 새로 시작하는 날을 간절히 기다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서울시에 연속성이 필요하다고 얘기했고 올해 전담기관인 기지개센터가 만들어지게 됐다”며 “아직 체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훈씨(29)는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지원사업을 통해 성공 경험을 쌓고 현재는 바리스타로 새 삶을 꿈꾸게 됐다. 박씨는 지원 프로그램 자체엔 많은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성과 위주와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섬세한 도움이 미흡한 상황을 아쉬운 점으로 짚었다. 박씨는 "양적으로 결과를 보여줘야 하다 보니 현재는 종사자 한명당 수십 명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럼 개개인을 파악하기 위한 시간이나 노력 등이 부족해 지고 맞춤형 지원, 사후 관리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6년간 은둔의 시간을 보냈던 김예진씨(27)는 “고립은둔 청년의 경우 겉으로 봐서 괜찮아 보이더라도 그들의 사소한 것부터 한 번 더 신경 써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또 청년들이 자립할 수 있는 시간까지 기다려 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립은둔 청년의 욕구, 지원 방향 등을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전국 단위의 시스템 구축과 함께 청년복지법 제정 등 제도적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 고립은둔 청년 지원을 전국 단위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종합적인 지원을 위해 준비하고 있지만 일부지역에 국한돼 확대할 필요가 있고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제도화를 위해 청년복지법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시범사업으로 그치기 전 법제화가 되면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성과로 증명해야 하는 부담도 줄 것이고 청년을 위한 정책들이 정교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