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MBK-영풍 대응해 우군 끌어들이기 안간힘...주말에도 공방 이어져

2024-09-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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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기능 두고 양측 설전...영풍정밀은 영풍·MBK 검찰 고소

최윤범 회장 백기사 확보 변수...소뱅 등 거론

장형진 영풍 고문좌측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각사
장형진 영풍 고문(좌측)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각 사]
MBK파트너스-영풍과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주말에도 양측이 이사회 경영 능력을 두고 장외 설전을 이어갔다. MBK 공개매수에 대응할 수 있는 기간이 10일가량 남으면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백기사(우군)를 얼마나 결집할 수 있을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22일 산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사외이사 7인은 전날 MBK와 영풍의 경영권 확보 시도를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규정하고 최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을 적극 지지한다는 반대 성명을 냈다. 사외이사 7인은 “고려아연 경영진은 사외이사의 건전한 감시와 견제를 적극 수용하면서 정도경영을 해왔다”며 “사모펀드의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고려아연의 기업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주주 이익 관점에서 사외이사 전원 합의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외이사 7인의 행보에 MBK는 고려아연 이사회 기능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라고 반발하며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 투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관여 △완전자본잠식 업체 투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MBK에 따르면 최 회장은 별도의 이사회 결의 없이 원아시아파트너스에 고려아연 자금 약 5600억원을 투자했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최 회장의 중학교 동창인 지창배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로, 카카오와 공모해 SM엔터테인먼트 주식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MBK는 최 회장이 원아시아파트너스에 투자해 지난 6월 말 기준 1378억원(-24.8%)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했다.

또 고려아연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전자폐기물 재활용 업체인 이그니오 홀딩스에 투자한 것도 문제 삼았다. MBK는 이사회에 이그니오 홀딩스에 대한 상세한 가치평가 내역이나 정보가 전달되지 않았고, 투자보고서를 요구한 장형진 영풍 고문 등 영풍 측의 요청도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고려아연이 지주사인 영풍 이사회가 온전하지 않고 제련업 관련 전문성도 부족하다고 반발하며 양측 감정싸움으로 확전됐다. 고려아연은 “박영민·배상윤 대표 등 경영진 2명이 모두 구속된 상태에서 누가 어떻게 공개매수 결정을 내린 것인지 의문”이라며 “남은 영풍 사외이사 3명 중 1인은 올해 3월 신규 선임됐고, 다른 사외이사는 기업 경영과 무관한 이력을 보유한 만큼 영풍의 제련업과 기업 전반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고려아연 주요 계열사인 영풍정밀은 지난 19일 장형진 영풍 고문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등 영풍과 MBK 측을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해당 사건을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하고 기록 검토에 나섰다고 20일 밝혔다. 

고려아연은 상호출자금지로 영풍 지분이 없기 때문에 영풍 지분 4.39%를 보유한 영풍정밀이 주주 자격으로 이번 고소를 진행했다. 영풍은 고려아연 주식을 저가에 MBK에 넘겨 영풍 법인과 주주들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양측이 치열한 장외 설전을 펼치며 고소까지 불사하는 이유는 MBK의 공개매수가 종료되는 다음 달 4일 전까지 우군을 최대한 결집하려는 데 있다. 최 회장은 추석 연휴인 지난 17일 일본을 방문해 글로벌 투자자를 만나며 우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 회장의 출장길에는 모건스탠리, 스탠다드차타드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 근무한 이승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동행해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최 회장의 우군으로 소프트뱅크와 한국투자증권 등이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고려아연은 지난 2022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출자한 스위스 에너지기업 에너지볼트에 투자하며 소프트뱅크와 인연을 맺었다. 자금력 면에서도 MBK를 넘어서는 대형 투자자다. 국내에선 고려아연 지분 0.8%를 보유한 한국투자증권이 유력한 우군 후보로 꼽힌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은 최 회장의 우군으로 합류한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선 고려아연이 이번 주 중에 MBK-영풍에 대항할 우군을 공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9일 임직원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추석 연휴 이후 고려아연 경영진은 쉬지 않고 일하며 그들(MBK-영풍)의 허점과 실수를 파악하고 대항해 이기는 방법을 찾았다. 이 싸움에서 우리(고려아연)가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며 우군 확보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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