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성 선전시 소재 일본인 학교에 다니는 10세 초등학생이 괴한의 습격을 받아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하루만에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중국 내 일본인 교민 사회의 불안감 확산은 물론 중일 관계에 미칠 영향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본 현지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현지시각 18일 오전 8시(한국시간 9시)경, 44세 남성이 칼을 들고 부모님과 함께 등교 중이던 남자 초등학생을 흉기로 찔렀다. 해당 학생은 일본인 학교에서 약 200m 떨어진 인도에서 공격을 당한 후 병원으로 실려갔지만 끝내 목숨을 잃었다.
19일 중국 주재 일본 대사관은 "사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깊은 슬픔을 금할 수 없다.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며 "어린이를 공격하는 비열한 행위가 자행된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선전시의 일본인 학교는 이번 주 내내 휴교에 들어간다.
선전시는 첨단 기술 개발 관련 기업들이 밀집해 있어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도 불린다. 도요타자동차가 연구개발을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등 일본 기업도 많으며, 2023년 10월 기준 중국 본토에서 5번째로 많은 약 3600명의 일본인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
때마침 9월 18일은 1931년 만주사변의 발단이 된 '류타오후 열차 폭파 사건'이 일어난 날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동북부 랴오닝성 14개 도시 등 중국 각지에서는 이날을 기리며 사이렌을 울리기도 했다.
남학생을 공격한 남성의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일본인을 노린 계획적인 범행인지 여부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류타오후 사건' 발생일과 연관 짓는 목소리도 있다. 선전시에 거주하며 유치원생 자녀를 둔 일본인 여성은 닛케이에 "중국 정부가 항일전쟁 등 기념일로 지정한 날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앞서 중국에서는 지난 6월에도 장쑤성 쑤저우시에서 중국인 남성이 하교하는 자녀를 맞으러 나간 일본인 모자 등 3명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일어난 바 있다. 당시 일본인 여성과 미취학 아동인 아들이 다쳤으며, 이들 모자를 지키려다 중상을 입은 일본인학교 통학버스 중국인 여성 안내원은 치료받다가 끝내 숨졌다.
한편 지난해 8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개시한 뒤로 중국에서 일본인학교에 돌을 던지거나 일본 대사관 등에 항의 전화를 거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