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가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에서 제기한 중국 자본 의혹을 강하게 반박한 가운데 고려아연 직원들까지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경영권 확보 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에 나선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부담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직원 60% 가입한 대표노조 "사모펀드 인수 반대"
19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노조원 약 70명은 이날 오전 MBK파트너스 사무실이 위치한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공개매수를 반대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노조는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를 예고한 것에 대한 항의의 일환으로 이번 집회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노조는 전체 고려아연 직원 2000여 명 가운데 60%인 1200여 명이 가입한 대표 노조다.
문병국 고려아연 노조위원장은 "우리는 50년 동안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왔으며, 사모펀드 등 외부 자본이 고용 안정성을 위협할까 걱정하고 있다"며 "과거 사례를 통해 외부 투자자가 기업을 인수할 경우 고용 안정성이 저해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노조는 MBK파트너스와 영풍을 상대로 공개매수 철회와 고려아연 노동자 및 그 가정의 생존권 위협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번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 시도에 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도 함께 촉구했다.
앞서 지자체와 정치권에서도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수도 울산과 함께해온 고려아연이 해외로 인수될 위기에 처했다"며 "MBK파트너스로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고려아연이 중국계 기업에 팔릴 수 있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17일 성명서를 내고 "MBK파트너스는 그동안 공격적인 M&A 과정에서 여러 논란을 야기해왔다"며 "사모펀드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를 강하게 비판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지난 17일 박기덕 대표 명의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를 약탈적 합병으로 판단하고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고 조용한 행보를 이어갔다.
반면 고려아연과 함께 MBK파트너스의 경영권 확보 대상이 된 관계사 영풍정밀은 추석연휴 기간 자사주를 매각한 임직원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조사에 나서는 등 강한 내부 단속에 나섰다. 공개매수가 끝나는 10월 4일까지 직원들의 고려아연·영풍정밀 주식 매각을 최대한 막아 MBK파트너스가 목표 지분을 확보하는 것을 막으려는 전략이다.
IB업계에선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의 경영권이 이번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MBK파트너스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간 분쟁의 향방을 가를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MBK "중국 매각 절대 없다...수익성 악화한 고려아연 개선"
같은 날 MBK파트너스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울산시, 고려아연 노조 등과 충분히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과 지자체에 이어 고려아연 직원들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내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읽힌다.
지자체와 정치권에서 제기된 '중국 자본 의혹' 등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기도 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MBK파트너스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2005년 설립돼 국내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토종펀드로 외국계 펀드가 아니다"라며 "중국계 펀드라는 주장은 마타도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분명히 말하지만 중국에 매각하지 않는다"며 "정부 당국자도 보고 있을 것이라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울산시·울산시의회와 고려아연 노조 측이 제기한 '기업사냥 먹튀' 의혹에 대해서도 "공개매수 규정 때문에 사전에 긴밀하게 협의할 수 없었으며, 현재 울산시에 면담을 요청했고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현재 고려아연은 부채가 급증하고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라며 "이번 공개매수는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 악화를 우려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라고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지난 13일 경영권 양도를 위해 특수목적법인을 통한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하고, 고려아연 지분 6.98~14.61%를 다음 달 4일까지 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MBK파트너스는 경영권을 공고히 하고 기업가치를 개선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