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월이면 반복되던 미국 셧다운(정부기관 업무 중단) 우려가 또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올해는 대선을 앞둔 가운데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셧다운 위험에도 불구하고 유권자 적격성 보장 법안의 우선적 통과를 촉구하면서 사안이 한층 복잡해진 모습이다.
18일(이하 현지시간) CNN,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제시한 6개월 간의 임시 예산안이 이날 하원에서 202-220으로 부결됐다. 하원은 공화당 다수이지만 민주당의 반대와 함께 14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부결됐다. 미 의회는 미국 정부의 2025회계연도가 시작하는 내달 1일 전까지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하고, 이때까지 예산안 처리가 안 되면 일부 기관들이 셧다운된다. 따라서 예산안은 2주가 채 안 되는 시간 내에 상하원 모두 통과 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까지 거쳐야 한다.
민주당은 3개월의 임시 예산안을 주장한 동시에 존슨 의장이 예산안과 함께 동반 통과를 추진하던 'SAVE(Safeguard American Voter Eligibility: 미국 유권자 적격성 보장)' 법안에도 반대 의사를 표했다.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 상당수 역시 SAVE 법안을 강력 비판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는 이날 하원 표결을 몇 시간 앞두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만일 공화당이 SAVE 법안과 그 모든 내용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임시 예산안이 어떤 형태이든 간에 동의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은 불법 유권자들을 수만명씩 등록시키고 있고, 그들은 2024 대선에서 투표할 것"이라며 "그들에게는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SAVE 법안의 불필요성을 이유로 통과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산안까지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미 헌법은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시민권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트럼프의 주장에 난색을 표했다. WSJ은 이와 관련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큼 많은 수의 부적격 이민자들이 투표한 증거는 전혀 없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미 의회는 결국 셧다운을 피하기 위해 임시 예산안 처리에 뜻을 모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많은 공화당 의원들은 존슨 하원의장이 민주당의 주장대로 임시 예산안 기한을 3개월로 줄이고, SAVE 법안도 예산안과 분리하는 방식으로 처리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표결 하루 전 "막아야 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정부 셧다운"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대선 직전에 우리가 그런 일(셧다운)을 한다면 정치적 관점에서 멍청한 것을 넘어선 것"이라며 "분명히 우리가 그 비판을 뒤집어쓸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