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연초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추석 연휴 휴장 전인 지난 13일 종가 기준 코스피는 2575.41로 올해 첫 거래일 대비 -3.54% 수준이다. 코스닥은 733.20으로 연초 대비 -16.58%에 이른다. 코스피 3000, 코스닥 1000을 향해 우상향을 전망했던 상반기와는 확연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우울한 시황은 8월과 9월 들어 전 세계 증시에서 두 번의 급락 사태가 있었고 유독 한국만 더딘 회복세를 보인 결과다. 인공지능(AI) 투자 고점론이 불거지며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주요 IT 기업들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시가총액이 급감하면서 미국 증시가 흔들렸고, AI 투자 열기로 함께 상승했던 한국 증시의 대형 반도체 제조사, 소재·부품·장비 협력사, 전선·전력설비 기업 주가도 떨어졌다. 3분기 들어 일부 유형 메모리 가격 하락으로 한국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산업 성장 사이클이 둔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고 증시에서 시가총액 1·2위인 두 종목 주가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여부로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구도도 불안 요소다. 국내 주식 투자로 연간 5000만원 이상 금융투자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그 초과분에 세금 20%(3억원 이상은 25%)를 물리는 금융투자소득세를 내년 1월부터 시행하는 법안이 이미 통과됐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에게 여전히 금융투자소득세는 시행 여부부터 공제기준 등 구체적인 요소까지 확정적이지 않은 규제로 인식되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 상반기 정부와 여당은 폐지를 주장하고 제1야당이 공식적으로는 폐지 불가 입장을 고수해 왔는데 투자자들의 폐지 요구가 거세지면서 지난달부터 시행을 미루자는 주장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투자 판단 시 불확실성을 피하는 것이 기본인 투자자에게 금융투자소득세는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외부 요인이다.
금융투자소득세를 시행하면 과세 대상에 포함된 투자자들의 자금이 부동산이나 다른 자본시장으로 이탈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는 투자소득 금액이 적어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다수 개인투자자들에게 시장 침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의 수급으로 증시 흐름이 출렁이고 실적과 주가의 우상향이 기대됐던 주요 산업과 종목이 주저앉는 것을 경험한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제도 시행 자체도 걱정거리일 수밖에 없다.
다수 의석을 갖고 있는 야당이 금융투자소득세 방향을 결정할 키를 쥐고 있다. 야당은 다음 주 정책토론회를 열어 금융투자소득세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에서 실제 당내 주류 의견과 다른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놓고 있는 소속 의원들이 있고, 야당이 그간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입장을 고집해 왔는데 이렇게 당론을 모으기 위한 자리를 새로 마련하고 나서는 모습을 보인다면 시장은 기존 주류 의견의 방향이 바뀔 가능성에 기대를 걸 것이다.
전향적으로 제도 유예나 폐지로 갈 것인지, 앞서 알려진 방침대로 '보완 후 시행'으로 갈 것인지는 토론이 진행돼 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이 불과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도 단일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면서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 야당도 무조건 조세 정의 논리를 비롯한 정책의 의도와 일관성만 우선시하는 것보다 경제와 시장 상황, 그 영향을 받는 국민들을 고려한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을 것이다. 설득과 합의로 가능한 한 빨리 정책 방향성을 확정하고 참여자들이 모두 예측 가능한 시장 환경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