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달까지 담합행위 자진신고 174건 중 조사개시 후 이뤄진 사례는 123건(70.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담합행위 자진신고로 감소한 과징금은 3453억2600만원에 달한다. 2014년부터 집계할 경우 1조1565억8700만원으로 조사됐다. 자진신고를 통해 과징금을 줄인 셈이다.
공정위는 올 1월부터 8월까지 41건의 담합행위 자진신고를 받았다. 이 기간동안 감면된 과징금은 343억6500만원이다. 이 중 39건(91.5%)은 조사가 시작된 뒤 신고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정문 의원은 담합의 조기 적발을 위해 지난 1997년 도입된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가 담합을 주도한 기업에도 사실상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담합 가담자가 가장 먼저 자수하면 과징금, 시정조치 등 제재를 감면하는 제도를 '리니언시'라고 부른다. 자진신고 시점 등에 따른 혜택의 차이가 없어 공정위의 담합 조사를 받는 기업이 이를 악용해 처벌을 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도라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이 의원은 공정위가 제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공정위는 감사원으로부터 지난 2021년 정기감사에서 자진신고 감면제도를 과도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공정위는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하거나 법률 자문을 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기업들이 담합행위로 얻은 막대한 이득은 챙기고 공정위에 적발되면 면피 자백을 통해 처벌을 피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공정위가 처벌 강도를 높이는 등 제도 개선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