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 빅2가 추석 전 진행된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상)에서도 노사 간 갈등을 봉합하지 못해 파업 위기에 처했다. 건설경기 침체로 철강 수요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파업 리스크까지 더해질 경우 철강업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노사는 지난 11일 8차 임단협 본교섭에서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합의에 실패했다. 노조 측은 “본교섭에 노사가 대화를 나섰지만, 잠정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전했다.
포스코 사측은 기본임금 7만원 인상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7차 교섭 당시 제안한 6만3000원보다 7000원 인상된 금액이다. 사측은 노사 화합 격려금 지급을 제안하며 ‘쟁의투표 가결 시 미지급’이라는 조건을 달기도 했다. 이외에도 △하계 휴가 신설 △자녀 학자금 한도 인상 △명절 격려금 인상 △일시금 지급 등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사측은 철강 시황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된 상태에서 제시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 및 마지노선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 측은 “성과가 좋던 시절 비축해 둔 유보금과 보유 중인 이익 잉여금으로 비춰 회사의 재원은 충분하다”며 “향후 우수한 인재 확보를 위해 회사의 전향적인 태도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해, 노조가 쟁의행위(파업)에 돌입하면 포스코는 창사 이래 첫 파업을 맞이하게 된다. 앞서 포스코 노조는 지난해 총 24차례 교섭이 결렬되자 파업권을 획득하며 쟁의행위 직전까지 갔다. 다만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끝에 노사가 기본임금 10만원 인상에 합의하며 파국은 막았다.
현대제철 노사 분위기도 좋지 않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 12일 4차 교섭을 진행했다. 이날도 임금 인상을 원하는 노조와 실적 개선이 최우선인 사측의 협상 난항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노사는 오는 20일 오후 2시 차기 교섭에 나선다.
앞서 현대제철 노조는 올해 기본급 15만98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차량 지원금 할인 개선 등을 골자로 한 임단협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한 바 있다. 특히 기본급의 경우, 현대차 노조 올해 임단협 요구 내용과 동일한 수준이다.
노조는 현대차 노조와 동일한 차량 지원도 요구하고 있다. 근속 연수에 따라 차량 구매 지원금을 차등 지급해야 한다는 것. 이 밖에도 △개별기본급 78.5%에서 85% 상향 △직무·교대 호봉 간차 확대 △연차 미사용 수당 150% 보상 △보전수당 인상 △상주 근무자 고정 OT(시간 외 근무) 22.5시간→30시간 확대 △자격 수당 최대 4배 확대·일시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철강업계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이어 파업 리스크까지 겹쳐 올해 실적개선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8531억원과 153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28.4%, 80.8%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