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정부의 세수 전망이 경기 대응을 위한 재정 여력을 약화시켜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이 차갑게 식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령화에 따른 복지 비용 등으로 매년 불어나는 의무지출을 감당해야 하지만 세수가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재량지출을 줄여 경기 대응은 물론, 경제 성장을 위한 국정과제 수행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14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추석 연휴 이후 올해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한다. 이날 기재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9월호'에서 7월까지 국세수입은 208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조8000억원 줄었다. 정부는 올해 결손 규모가 3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에 대비해 재원 대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 이후 2028년까지 매년 4.6%씩 국세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기업 실적 호조와 내년 이후 대내외 경제 여건 개선으로 세수가 경상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지난해 56조원에 이어 올해 30조원이 넘는 세수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낙관적인 세수 전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세수 결손의 여파로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재량지출 증가율을 0.8%로 묶었다. 법령에 따라 사회복지·보건 등의 분야에 필수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의무지출 규모가 5.2% 증가하면서 재량지출을 늘릴 수 없었던 탓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의무지출이 향후 꾸준히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기재부가 발표한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 347조4000억원으로 책정된 정부 의무지출은 연간 5.7%씩 증가해 2028년 433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재량지출은 올해 309조2000억원에서 매년 1.1%씩 늘어 2028년까지 323조1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향후 4년간 의무지출이 85조원 넘게 증가하는 동안 재량지출은 14조원 정도만 늘어나는 셈이다.
세수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부가 '건정재정'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내수 진작, 성장 잠재력 지원, 필수 공공재 공급과 같은 재정의 역할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반도체) 기업들도 해외 주요 경쟁국의 기업과 최대한 동일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반도체 산업 경쟁을 하고 있는 미국, 일본, 중국 등이 관련 산업에 50조원이 넘는 보조금을 투입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직접 보조금 지원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을 아끼려고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우리 기업에 대한 지원 의사가 없거나 의지가 약한 건 절대로 아니다"며 "우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재정 보조금이나 직접 보조금을 받아서 생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직접 보조금 지원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