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약에 당첨될 수 있는 점수 하한선이 점차 높아지는 데다 세대별로 '역차별'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비(非) 강남권인 성동구에 공급된 '라체르보 푸르지오 써밋' 청약 당첨 가점 최고 점수는 74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진행된 청약이 아닌데도 서울 아파트 청약 최고 당첨선 평균 점수(70.6점)를 넘어선 것이다.
청약에 당첨될 수 있는 점수는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서울에서 7~8월 두 달간 공급된 아파트의 청약 당첨 최고 점수 평균은 65.15점이었는데 올해는 이보다 5점 가까이 오른 70.6점으로 집계됐다. 청약 가점제도에서 5점을 받으려면 무주택 기간이 2년 이상이거나 청약 저축 기간이 3년 이상이어야 한다.
오는 30일 당첨자 발표가 예정돼 있는 '청담 르엘'은 만점 통장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약 가점 만점은 84점으로 '7인 이상 가구'가 '15년 이상' 무주택을 유지하면서 청약 통장을 15년 이상 보유해야 충족할 수 있는 점수다.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청약 가점을 높이기 위해 '위장 전입' 등 교란 행위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불법전매 및 공급질서 교란행위 적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위장 전입으로 적발된 부정청약 건수는 2020년 134건에서 지난해 277건으로 107% 늘었다. 2024년은 현재 점검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약 가점제에 대해 세대별로 ‘역차별’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30세대는 무주택 기간이 30세 이상부터 기산된다는 점을 꼽아 가점제의 불리함을 주장하고, 40·50세대는 신혼부부·생애 최초 등 특별공급 물량이 많아 가점을 쌓아도 소용없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그간 청약 가점 제도는 개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책 대상 간 형평성, 정책 취지, 가구와 세대 변동 추이를 고려할 때 주택청약제도를 통한 주택 공급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정부는 청약 가점 제도 손질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다. 각 세대별로 요구하는 목소리가 달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데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제도를 고치기가 부담스럽다는 이유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가점제 개편은 현재로서는 전혀 검토하는 바가 없다. 수십 년 동안 이어온 규칙을 바꾸기는 어려운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청약 제도 개편을 위해서는 사회적 논의를 통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박인숙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저출생 추세를 고려할 때 신혼부부와 출산 가구에 대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게 타당성이 있고, 1~2인 가구 증가 등 세대와 가구 구성 변화를 고려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