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하파크로이트의 ‘디 얼라이언스’ 탈퇴로 한차례 위기를 맞았던 HMM이 세계 1위 해운사인 MSC와 새로운 협약을 맺으며 극적인 부활에 성공했다. HMM은 MSC가 합류한 새로운 해운동맹 ‘프리미어 얼라이언스(Premier Alliance)’를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선박 공급 과잉 등에 따른 글로벌 해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MSC와 새판 짠 HMM, 유럽 항로 더 늘린다
김경배 HMM사장은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중장기 전략 발표회에서 “MSC와 새로운 동맹을 구축하며 기존 얼라이언스 체제가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달리 더 튼튼한 얼라이언스로 재편됐다”며 “신규 해운동맹인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는 현존하는 글로벌 얼라이언스 중 가장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HMM은 MSC와의 새로운 동맹 관계 구축을 통해 기존 디 얼라이언스 동맹보다 더 강력한 글로벌 영업망을 구축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MSC가 하파크로이트 탈퇴로 생긴 유럽 항로 물동량을 뛰어넘을 수준의 글로벌 인프라를 갖췄기 때문이다.
실제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는 MSC와의 동맹으로 선복 협력을 통해 기존 디 얼라이언스 체제와 비교해 협력 노선이 26개에서 30개로 늘어난다.
박진기 HMM 부사장은 “기존 디 얼라이언스에서 하파크로이트는 대서양 쪽에 많이 투입을 했고 이는 전체 비중의 10% 수준”이라며 “하파크로이트가 투입된 지역은 자사도 투입될 수 있어 하파크로이트 탈퇴로 인해 HMM이 받는 영향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말했다.
HMM은 또 MSC와 협력해 다른 해운동맹이 제공하지 않는 북유럽 항로의 부산·일본·베트남 직·기항 서비스를 제공해 경쟁사와 차별화를 둘 계획이다.
‘해운업황 하락세·독자 경쟁력 확보’ 극복 과제로
다만 일각에선 MSC가 해운동맹 회원사가 아닌 협력 관계로 얼라이언스에 참여하는 것을 두고 불공정 계약 조건을 체결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실제 HMM은 지난 2017년 2M(Maersk, MSC)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한 당시 특정항로에 특정형태의 협력방식만 허용된 제한적인 제휴 관계를 맺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HMM은 “얼라이언스의 높은 선복 점유율은 최근 EC(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 거론되는 반독점 금지법에 걸릴 수 있어, MSC와 동맹이 아닌 협력관계로 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MSC가 프리미어 얼라이언스에 가입할 경우 회원사의 글로벌 선복량이 30% 이상을 차지하게 돼 해외 경쟁 당국의 과점 규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
해운 업황도 문제다. 해운 업계가 호황기를 맞고 있는 현재, 높은 선복량을 가진 글로벌 해운사들의 동맹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시장이 다시 내림세를 맞이할 경우 경쟁 관계로 돌아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 해운 시장은 예멘을 근거지로 하는 후티 반군의 홍해 지역 군사 행동으로 수에즈운하가 봉쇄된 뒤 호황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해운시장 전반의 공급과잉과 해운동맹 재편으로 운임시장이 다시 불황기로 접어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HMM이 MSC와의 주도권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독자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유럽 노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대서양·남미·아프리카 항로에서 선대 확충을 통해 협상 시 유리한 조건에 놓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홍해발 특수가 빠진 상황에서 선박 공급 과잉 문제까지 대두되면, 선사 간 동맹 유지가 안정적으로 이어지긴 힘들 것”이라며 “특히 MSC의 경우 600만 TEU를 보유하고 있어 영업에 있어 업황이 안 좋을 경우 HMM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HMM은 지난 9일 기존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를 신규 해운동맹인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로 재편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해운동맹은 노선, 선박, 항만 터미널을 공유해 원가를 절감하는 협력체를 뜻한다.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는 기존 디 얼라이언스 소속이었던 HMM, 일본 ONE, 대만 양밍이 앞으로 이어갈 새로운 협력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