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계에 보릿고개가 길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들이 연쇄적으로 신용등급을 강등당했는데 이달 재차 신용등급이 나빠지는 사례가 나타났다. 내년 하반기까지 업황 내 뚜렷한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저축은행 위기설에 더욱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각각 KB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 신용등급을 조정했다. 두 회사 모두 부정적인 진단 속에 전망을 '부정적'으로 잡거나 평가 공시를 취소했다. 상반기 말 저축은행들이 연쇄적으로 신용등급을 강등당한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나신평은 페퍼저축은행 요청으로 신용등급 공시를 취소했는데, 이는 신용등급 추가 강등이 우려되면서다. 지난 4월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로 떨어진 바 있는 페퍼저축은행은 등급 추가 하락 시 투기등급에 해당하는 'BB+'로 전락한다. 이땐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인 은행의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서 배제된다.
업계에서는 이들 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신용등급 강등 릴레이가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재 3대 신용평가사에 등급 공시된 저축은행은 전체 79곳 중 29곳인데 대부분 상위 업체를 포함하고 있어 업계에 미칠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실제 자산 상위 10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페퍼‧다올‧신한‧상상인‧OSB) 중 절반은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이 10%를 웃돌았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 6월 말 기준 20.43%를 기록해 1년 전(10.67%)보다 두 배 가까이 뛰었다. 페퍼저축은행은 같은 기간 7.33%에서 19.15%로 10%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OSB저축은행(14.18%)과 웰컴저축은행(13.02%), OK저축은행(11.99%) 등도 마찬가지다. 이 중 순이익을 기록한 곳은 웰컴뿐이었다.
금융당국은 연일 부실채권 정리 과정에 진성매각이 의심된다거나 꼼수 매각 행태를 지적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뚜렷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만큼 하반기 업황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건전성 지표상 당장 위기가 도래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단 개별 업체로 보면 영업을 지속할 수 없는 업체가 나타날 순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