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인공지능(AI)이 탑재되는 ‘아이폰16’ 시리즈를 전격 공개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특히 가장 주목됐던 AI 기능의 탑재 시점이 이르면 내년이라는 점이 실망감을 키웠다. 여기에 외신과 전문가들의 혹평도 쏟아지는 가운데 애플 주가마저 약세를 보이면서 아이폰16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애플은 9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파크 스티브 잡스 시어터에서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열고 아이폰16 시리즈 등 최신 제품을 선보였다. 아이폰16 시리즈는 6.1인치형(15.4㎝) 기본 모델과 6.7인치형(17.0㎝) 플러스, 고급 모델인 6.3인치형(15.9㎝) 프로와 6.9인치형(17.4㎝) 프로맥스로 구성됐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애플의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는 탑재되지 않는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이달 20일 아이폰16 시리즈가 출시된 이후 다음 달 중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영어 베타 버전 형태로 공개될 예정이다. 애플은 내년에 중국어, 프랑스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더 많은 언어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어 제공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주요 외신들 및 전문가들의 혹평이 이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AI 기능으로 아이폰16 구매자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애플의 AI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며 “애플 인텔리전스는 여러 면에서 지연되고 있고 많은 주요 기능은 내년이 돼서야 출시될 예정”이라고 지적했다.
테크날리시스 리서치의 설립자 밥 오도넬은 로이터에 “사람들이 AI 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금 기다렸다가 구매를 타진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하지만 과거에 봐왔던 광적인 러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폰16 구매를 위해 개점하자마자 달려가 구매하는 이른바 ‘오픈런’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이 나오더라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베이스트리트 리서치가 미국 통신사 매장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AI 기능은 스마트폰 초기 판매에 영향을 미쳤지만 이동통신사의 주요 판매 포인트가 되지는 못했다.
시장조사 업체 카날리스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7%만 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구매할 의향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클리프 말도나도 베이스트리트 리서치 수석 분석가는 “AI는 아직 대중에게 공감을 얻지 못했다”고 짚었다.
아이폰16에 대한 미지근한 시장 반응은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04% 오른 220.91달러(약 29만6461원)에 그쳤다. 장중 1.5% 이상 하락하는 등 발표 내내 하락세를 나타내다가 장 막판 강보합으로 마감했다. 이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1.16% 오른 것을 고려하면 시가총액 1위 종목의 상승폭 치고는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애플 주가는 1% 이상 하락했다”며 “이는 AI 중심 제품에 대한 시장의 회의적인 시각을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새 아이폰은 오는 13일부터 한국과 미국을 포함해 호주, 캐나다, 중국, 프랑스, 독일, 인도 등 59개 이상에서 사전 주문할 수 있고 20일부터 매장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한국이 새 아이폰 1차 출시 국가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