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실망스러운 인공지능(AI) 신기능을 선보이며 국내 아이폰 관련주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AI 업계 역시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애플의 AI 서비스 공개와 함께 고점 논란을 딛고 AI 산업이 다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AI 고점론'에 힘을 싣는 격이 됐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애플 아이폰 관련주로 분류되는 상장 기업 10종목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코스피에서 LG디스플레이(-3.3%), LG이노텍(-5.9%), 비에이치(-9%), 자화전자(-2.3%), PI첨단소재(-7.1%)가 떨어졌고 코스닥에서 덕우전자(-3%), 하이비젼시스템(-2.9%), 우주일렉트로(-1%), 와이엠티(-0.1%), 프로텍(-2.5%)이 내려갔다.
박상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폰16에 탑재되는 '애플 인텔리전스'의 완성도는 글쓰기 도구, 통화 녹음 및 요약, 강화된 시리 등 지난 6월 공개한 내용과 별 차이가 없었다"며 "10월부터 지원하는 베타버전 역시 영어 외 4개 국어만 지원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하드웨어 인프라 투자 중심인 AI 시장이 서비스 시장으로 확대할 만한 킬러앱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경쟁사(구글)의 제미나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기능들로 인해 아이폰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AI를 활용한 킬러 앱이 부재한 상황 속에 스마트폰 출하량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긴 어려우며 추후 아이폰 시장 전망치도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지난 7월 제기된 AI 고점론은 더 힘을 얻게 됐다. AI 고점론은 고성능 AI 개발에 뛰어든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하드웨어 인프라 투자 비용이 무한히 증가할 수 없는 만큼 이 시장의 성장에도 한계가 있으며, 상반기 급등한 엔비디아 주가에 그 한계가 이미 반영됐을 수 있다는 분석으로 제기됐다.
메리츠증권 역시 엔비디아와 관련주의 조정 이후에도 여전히 AI 산업 내에서 AI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수요가 기존 하드웨어 인프라 투자의 초과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으나, 킬러 앱의 등장이 미뤄지면서 시장의 기대가 소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