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의대 증원 등 의료 개혁 문제를 논의할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나섰지만 의료계가 '2025학년도 증원부터 원점 재검토'를 내세우고 대통령실은 '절대 불가' 방침을 유지하면서 출범 시작 전부터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계 참여 문제"라며 "정부가 의료계와 다양한 접촉을 하고 있거나 할 예정이다. 저희도 당 차원에서 여러 의원이 (의료계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료계가 협의 테이블로 나올 수 있도록 정부의 '진정성 있고 설득력 있는 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최근 '의료대란'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문책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여야 원내대표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료계 동참을 호소한 데 전적으로 동의하며 여야가 힘을 모아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을 지지한다"고 일단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여·야·의·정 협의체는 여당이 주체로, 여당이 구성과 형식, 의료계 접촉에 나설 것"이라고 국민의힘 지도부에 공을 넘겼다.
특히 대통령실 관계자는 "2025년 의대 정원 유예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불가능하다"며 "9일부터 이미 (대입) 수시 접수가 시작됐고, 교육부에서도 대입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유예는 불가하다는 견해를 낸 바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료개혁이 한창인 지금 책임을 맡고 있는 장차관을 교체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며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면서 의료계가 요구하고 여권 내부에서도 나오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등 책임자 경질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의료 정상화를 위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해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료계가 참여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2025년과 2026년 의대 증원 계획을 백지화하고, 2027년 정원부터 재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의협은 "국민 생명을 담보로 의료현장 위기를 초래할 만큼 의대 증원이 시급한 문제가 아니다"며 "정부는 수험생 혼란을 이야기하지만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증원 취소는 수험생과 학부모님들도 이해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상호 신뢰를 상실한 대통령실과 의료계가 국민 생명을 걸고 일종의 '치킨게임(겁쟁이 게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대통령실과 한동훈 국민의힘 지도부의 미묘한 불협화음도 변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는 환자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국민이 생명의 위협을 겪지 않도록 의사들이 하루빨리 복귀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정부·여당도 자존심보다는 국민 생명을 지킨다는 자세로 이 문제에 임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