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안산시 내 공동주택 약 40세대에 음식물처리기를 제공했다. 이 제품은 정식 출시 전 단계로,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약 두 달 동안 음식물처리기 설치 전·후에 변화되는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조사하고 효과를 실증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에는 음식물처리기를 본격 출시할 전망이다. LG전자의 음식물처리기는 싱크대 하부 빌트인 구조이며, 미생물로 음식물 쓰레기를 분해하는 '미생물분해형'이다.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를 싱크대 배수구에 투입 후 제품을 작동시키면 물은 별도로 배수되고, 수분이 줄어든 음식물 쓰레기는 미생물 분해 장치에서 발효·건조된 후 분리 배출하는 방식이다.
LG전자 측은 "자사의 음식물처리기는 음식물 처리 전 과정에서 직접 손을 대는 과정을 최소화해 편의성을 높인 제품"이라며 "LG전자의 전국 AS 역량으로 시장 저변 확대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음식물처리기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20년 '더 제로'라는 이름으로 음식물처리기 상품권을 출원했고, 2022년에는 프리미엄 라인인 '비스포크 더 제로'도 출원한 바 있다.
대기업들의 진출로 시장의 규모 확대와 이로 인한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진다는 이점이 있지만, 음식물처리기가 주력 제품인 중소·중견업체들에게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이번 시장 확대를 두고 "아쉽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음식물처리기는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지정한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기존에 시장을 형성했던 중소·중견기업들이 대기업의 자본력 앞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다.
앞서 LG전자는 2009년 정수기 사업을 처음 시작하면서 렌탈에 입문할 당시 중견·중소기업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그 결과 코웨이와 함께 정수기 시장을 양분했던 청호나이스를 밀어내고 SK매직과 2~3위 자리를 나눠먹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참전으로 경쟁을 통한 기술 발전 효과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시장 침해로 인한 생태계 파괴 우려 또한 상존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대기업들의 중소형 가전으로의 확대 움직임을 두고 인공지능(AI)과 더불어 최근 가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구독' 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LG전자는 최근 렌털의 범위를 자사의 주력 사업인 대형 가전까지 확장하고 '구독'으로 명칭을 바꾸면서 신사업으로 탈바꿈했다. LG전자는 2022년 가전구독 매출액 8500억원을 올렸으며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선 1조1341억원으로 33% 정도 성장했다. 초기 부담을 덜어주고, 렌털 기간 내 케어서비스가 뒤따른다는 이점이 소비자에게 먹혀든 것이다.
렌털업계 한 관계자는 "가전렌털은 계정수가 경쟁력인 만큼 많은 제품군을 구축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음식물처리기 시장 규모가 LG전자의 체급 대비 미미할 수 있지만, 구독사업 확장이라는 측면에서는 중요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한편 가전업계에 따르면 음식물처리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2000억원 수준에서 올해 약 6000억원, 내년에는 1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