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교체와 전당대회를 거치며 거세게 일던 ‘해리스 돌풍’이 잠잠해졌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컨벤션 효과’가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해리스 부통령을 앞선 결과가 나왔다. 10일(이하 현지시간) 대선 TV토론회가 최대 승부처로 떠오른 가운데 해리스를 중심으로 뭉치는 민주당과 트럼프에 대한 반발로 쪼개지고 있는 공화당 내 기류도 대선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8일 뉴욕타임스(NYT)가 시에나 대학과 함께 지난 3∼6일 실시해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48%의 지지율을 기록해 47%를 얻은 해리스 보다 1%포인트 앞섰다. 두 후보간 격차는 오차범위(±2.8%포인트) 안이다.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포기를 선언한 직후인 7월 22~24일 같은 기관이 실시한 조사 결과와 비슷한 수준이다. 당시 해리스는 46%, 트럼프는 48% 지지율을 보였다. NYT는 트럼프가 해리스의 본격 등판 이후 힘겨운 시기를 보내는 듯 보였지만 엄청난 지지율 회복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바이든을 대신해 등판한 해리스의 컨벤션 효과가 사라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까지 세 차례 대선을 치르는 트럼프와 달리 해리스에 대해서는 국가 지도자로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은 “유권자들의 마음속에는 해리스가 대통령직을 맡을 준비가 됐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며 “해리스에게 있어 이번 토론은 그것을 보여줘야 할 중요한 순간”이라고 짚었다.
한때 트럼프를 상대로 지지율이 7%포인트나 앞섰던 해리스는 요동치는 판세 속에 10일(한국시간 11일 오전 10시) 치러지는 대선 토론에서 처음으로 트럼프와 맞붙는다. 해리스는 이번 토론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반면 트럼프는 토론 중 감정 조절을 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트럼프와 거리두는 공화당 원로들…민주당은 단일대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내에서는 서로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공화당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공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의 상징인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 리즈 체니 전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은 이날 ABC방송에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살아 있다면) 트럼프를 지지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체니 전 의원은 해리스를 공개 지지했고 그의 아버지 역시 같은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측은 NBC에 특정 후보를 지지할 계획이 없다며 사실상 트럼프와 거리를 뒀다. 부시는 전직 공화당 출신 대통령 중 유일하게 살아있는 인물이다. 앞서 2008년 미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섰던 고(故)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아들은 해리스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와 대선 후보 당내 경쟁을 벌였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트럼프를 도울 준비는 됐지만 아무 요청이 없다”고 언급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바이든 대선 후보 사퇴 후 해리스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 때 바이든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가 총출동하며 지지세를 모았다. 미국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정치인인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은 이날 해리스가 정책 이슈를 ‘오른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고 있다”고 옹호했다. 당 밖에서는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 90여명과 사법당국 전현직 관리 100여명이 해리스 지지를 공식화하며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