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제한을 본격화하면서 주택 소유자도 대출받을 수 있는 보험사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험사 주담대는 지난달 대비 금리도 오르지 않아, '풍선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이날부터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제한하거나 중단하기 시작했다. 국민은행은 1주택자 대상 수도권 주택 추가 구입 목적의 주담대를 중단했다. 이미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해선 지난 7월 말부터 주담대를 제한해 왔다.
신한은행 역시 10일부터 무주택 가구에만 주담대를 허용한다. 국민, 우리은행과 달리 1주택자의 ‘주택 처분 조건부’ 주담대도 중단하기로 했다. 이전에 보유하고 있던 주택을 파는 조건으로 주담대를 받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은행이 주담대 제한을 본격화하며 주택 소유자를 받아주는 다른 금융권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수요가 쏠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험사가 대표적이다. 현재 삼성생명을 제외한 주요 보험사의 주담대 상품은 주택 소유자 제한이 없는 것은 물론 대부분 금리 인상도 하지 않고 있다.
주요 보험사 7곳 가운데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이달 들어 주담대 금리를 전월 대비 오히려 최대 0.18%포인트(p) 내렸다. 한화생명 홈드림모기지론은 3.98~5.55%에서 3.92~5.46%, 교보생명 교보E아파트론은 4.23~5.44%에서 4.20~5.26%로 금리가 낮아졌다.
같은 기간 금리를 동결한 곳도 있다. 현대해상은 주담대 상품 ‘주택론’ 금리를 4.85~5.45%로 전월과 같게 적용했다. 또 KB손해보험은 ‘KB희망모기지론’ 금리를 4.07~6.51%로, NH농협손해보험은 ‘헤아림아파트론’ 금리를 3.6~6.17%로 동결했다. 유주택자인 영끌족이 은행권 주담대 금리와 큰 차이가 없는 보험사를 대체재로 택할 수 있는 셈이다.
이미 한화생명은 이달 계획해 놓은 주담대 실행 물량이 나흘 만에 조기 소진되며 주담대 신청 접수가 중단됐다. 보험사 주담대가 조기 소진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보험사 중 주담대 취급액이 가장 큰 삼성생명이 유주택자 제한을 한 점도 영향을 미친 탓이다. 이에 따라 10월 주담대 금리는 0.3~0.5%p 인상키로 했다.
다만 보험사들은 아직 다주택자 등 추가 주담대 방침 도입을 계획하지 않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주담대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나지는 않고 있다”며 “주담대 변화 추이를 지켜보며 추가 대응을 어떻게 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