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피해를 본 조선인들의 증언을 담은 한일 합작 다큐멘터리가 올해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되자 독일 주재 일본대사관이 영화제 운영진에 면담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주독 일본대사관이 다큐멘터리 '되살아나는 목소리'가 지난 2월 개최된 베를린영화제 포럼 스페셜 부문에 초청되자 올해 1월 하순 영화제 운영 책임자 사무소에 연락해 작품 정보를 문의하고 면담을 요청했다.
베를린 영화제 포럼 스페셜 부문을 담당하는 수장이 이메일을 통해 "식민지 시대의 전체적인 견해를 제공하는 작품이 아니라 재일 코리안이라는 마이너리티에 관한 영화"라고 대사관 쪽에 설명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영화제 관계자는 "대사관은 한반도 식민지 시대에 관한 일본의 견해를 설명하고자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사관 측은 "상세한 내용은 답변을 삼가겠다"며 "그러한 설명을 하려 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사관은 이후 추가로 면담 등을 요구하지는 않았고, 면담이 이뤄지지도 않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또 주독 일본대사관이 작품 상영회 내용과 관객층을 외무성에 보고했다는 사실도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드러났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주독 일본대사는 두 차례 진행된 상영회 관련 정보를 정리한 문서를 3월 4일자로 외무상에게 보고했다.
이 문서에는 "티켓은 2회 모두 매진", "젊은 세대가 많고 약 40%가 아시아계", "236석 중 약 190석이 찼음" 같은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또 질의응답 항목에서는 관객이 "매우 감동했다"고 평가했다거나 박수남 감독이 차기작으로 위안부 문제를 다루려 한다고 답변했다는 정보도 포함됐다.
교도통신은 "문서에는 '비'(秘·비밀)라고 기재됐고 첨부 자료를 포함해 7쪽이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공개된 것은 2쪽뿐"이라며 "검게 칠해진 부분도 있었다"고 전했다.
박수남 감독은 상영회 전에 영화제 측으로부터 대사관 동향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면서 "상영 금지가 될지도 몰라 불안을 느꼈다"고 통신에 말했다.
이어 "질의응답에서는 상영회장에 대사관 관계자가 있다고 가정하고 국가(일본)에 대한 직접적 비판을 자제했다"고 덧붙였다.
박마의 감독은 "우리 작품만 문제인 것이 아니라 다른 표현(작품)에도 국가의 눈이 번뜩이고 있을 수 있다"며 "두렵고 기분 나쁘다"고 했다.
교도통신은 "재외공관이 문화 이벤트 주최자와 접촉해 적극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실태가 드러났다"며 "제작자를 위축시키고 표현의 다양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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