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AI) 칩 선두기업인 엔비디아 주가가 급락하고, 미국 경기 악화로 관련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AI 거품론이 다시 확산될 조짐이다. 오픈AI가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는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고전하면서 거품론에 불을 지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 주가가 지난 3일(현지시간) 10% 가까이 급락했다. 최근 거세진 AI 거품론과 함께 미 정부의 '반독점 조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마이클 쳄발레스트 JP모건 자산운용 투자전략부문 회장은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과거 수십년 동안 시장을 선도했던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변곡점에 도달한 후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면서 시가총액이 감소했다"며 엔비디아 비관론을 내놨다. 2년 이내에 기업의 AI 도입 추세가 더 높은 수준(추론 단계)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모든 자본이 메타버스 같은 결말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랙록도 "매출 성장 둔화나 AI 도입 둔화 등 (AI 투자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일부 대기업이 새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AI 처리 능력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기 위해 자본 투자를 할당했다"면서 "이러한 계획이 완료되려면 몇 분기가 아니라 몇 년이 걸린다"고 전망했다.
앞서 올 상반기부터 미국 등에서 AI거품론이 제기됐다. 막대한 투자비용으로 인한 적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현재 생성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오픈AI도 AI 학습비용으로 인해 올해 적자만 50억달러(약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픈AI의 올해 연간 매출 목표는 34억 달러(약 4조6000억원)인 반면, 기술 개발에 투입 비용은 매출 목표의 두배인 70억 달러(약 9조3870억원)로 추정된다. 새로운 AI 모델 개발에 상당한 비용이 투입되고, 인건비도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도 데이터센터와 장비, 인력 등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지만 수익성엔 의문이 제기된다.
일례로 지난 7월 구글 2분기 실적 콘퍼런스에서 투자자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수십조원을 AI 투자에 쏟아부었는데 언제 돈을 벌 수 있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구글 모회사) 최고경영자(CEO)는 "AI 투자가 과도하다 해도 이 인프라는 매우 유용하고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면서 "시장 선두를 차지한다는 측면에서 투자하지 않는 게 더 큰 위험"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아직 AI로 인한 수익이 뚜렷하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 2분기 호실적에도 당시 주가가 하락했다.
더욱이 최근 막대한 투자에 비해 실제 AI 도입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적었다. 'IBM 글로벌 AI 도입 지수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AI를 비즈니스에 활용·검토 중인 기업은 82%였다. 이는 2019~2022년의 평균치인 81%와 별반 다르지 않는 수치다.
보고서는 기업 활용으로 바로 반영되기 어려운 이유로 △AI 스킬 및 전문성 부족(33%) △데이터의 복잡성(25%) △윤리적 문제(23%) 등을 꼽았다.
실제 기업에서 활용되려면 풀어야 할 여러 기술적 한계가 존재한다. 거짓을 사실인 것처럼 내놓는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이 해결되진 않았고, 비용 대비 성능이 나오지 않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다만, 글로벌 경기 악화로 투자 혹한기가 지속될 수 있지만 결국 AI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챗GPT 등장 이후 LLM 시대가 오면서 AI 시장이 기술 경쟁보단 자본 경쟁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질의응답 중심의 LLM 경쟁에만 집중하고 있고 이전과 달리 자본이 AI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분명한 것은 이전 몇 차례 있었던 AI 냉각기와는 다르다"면서 "AI가 지속 성장할 것은 확실한데, 이를 통해 어떻게 언제부터 수익을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