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방향성이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상승폭을 키우면서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테마 대장주로 자리 잡았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주가가 24만8500원까지 치솟으면서 수익률이 최고 77%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14%에 그친다. 반도체 경기에 따라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던 두 종목이 AI 테마에 엇갈리고 있다.
국내 증시가 급락하고 엔비디아 역시 뉴욕증시에서 9.5% 하락한 지난 4일 SK하이닉스는 8.02% 하락 마감했지만 이튿날 2.97%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3.45% 하락한 데 이어 다음 날인 5일도 1.43% 떨어지면서 6만9000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올해 가장 낮은 가격이다.
사상 최악의 폭락을 기록한 지난달 5일에도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9.87%나 밀렸지만 6일 3.42% 반등했다. 삼성전자는 10.30% 급락한 뒤 다음 날 1.54% 상승하는 데 그쳤다. 떨어질 땐 더 떨어졌고 오를 때는 덜 오르는 모습이었다.
반도체 업황이 2025년 상반기 고점을 통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HBM 경쟁에서 한 발 늦은 삼성전자가 AI 테마 호황을 누리지 못한 채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투자자의 우려가 나온다. 특히 반도체는 6개월 정도를 선반영하고 있어 당장 주가 둔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대형주 강세를 이끌었던 반도체 업황의 고점을 선반영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는 시기"라며 "반도체 업종의 실적은 개선 중이지만 과거 반도체 사이클을 감안한다면 2025년 상반기에는 실적의 고점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반도체 업종의 주가는 실적의 고점에 6~8개월 선행했다"며 "반도체 업종의 주가 모멘텀은 둔화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