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석유화학 시장 불황이 2025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중국의 석유화학 설비 증설이 현재 진행형인 데다 중국발 저가 공습이 지속되는 만큼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중국의 ‘물량 공세’로 대두되는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주제발표에 나선 주용윤 S&P Global PLATTS 상무는 글로벌 석유화학 전망과 관련해 “중국은 최근 5년 사이 5000만t 이상 크래커를 증설했고 이는 한국의 3배, 일본의 7~8배 규모”라며 “중국이 지금과 같이 석유화학 증설을 지속한다면 업계에 불어닥친 다운 사이클(하락 추세)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중국 공급과잉에 대한 주요국 대응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2년 전 세계 조강 생산량 가운데 54%를 차지했다. 2020~2022년 주요 석유화학 증설 물량 중 50% 이상도 중국 몫이었다.
빠르게 규모의 경제를 갖춘 중국 기업들은 최근 내수시장 침체로 초과 공급이 발생하자 남는 물량을 저가로 수출하며 글로벌 공급과잉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등 전통산업의 공급과잉은 글로벌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주 상무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정유사와 협업해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머지않아 피크 오일과 피크 가스가 도래할 것이다. 에탄도 지금은 마냥 좋아 보이고 끝까지 갈 것 같지만 제동이 걸린다는 것”이라며 “다만 나프타는 에탄이나 프로판과 달리 정유사와 함께 대체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주 상무는 대표적인 사례로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를 꼽았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울산에 총 9조258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 석유화학 스팀 크래커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에쓰오일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석유화학사업 비중을 기존 12%에서 2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2025 유가 전망’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광래 삼성선물 수석 연구원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국제 유가 전망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내년 원유 시장은 미국 대선 결과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해리스 후보는 현재 원유 공급과 수요 모두 낮추는 정책을, 트럼프는 공급과 수요를 모두 높이는 정책을 선호하고 있어 해리스 당선이 석유 시장엔 좀 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 대선 외에도 △연준의 금리 인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등도 2025년 석유 시장에 영향 미치는 요소로 꼽았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 역시 미국 대선이 국내 석유화학 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울 것으로 봤다.
조 실장은 “바이든 정부 이후 감소했던 미국 수입 규제 건수가 최근 급격히 증가했다“며 “미국 대선 이후 GVC(글로벌 공급망)에 급격한 변화가 예고된 만큼 복잡한 다차원 ‘통상’ 방정식을 풀기 위해 민관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