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일부 상품의 취급까지 중단하자 금융 소비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대출 공급을 직접적으로 줄이는 대책이 나오면서 매매·전세를 계획 중이던 실수요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은행들이 내놓는 대책과 관련해 대출을 끼고 집을 사거나 전세 계약을 하려던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A씨는 현재 거주 중인 아파트 전세 계약이 끝나는 내년 초 이사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최근 이사를 포기해야 할지 새로운 집을 계속 알아봐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A씨가 서울에 주택을 한 채 보유한 탓에 유주택자 대상 전세대출 취급 제한 조치 확대 시 새 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요 은행, 주담대·전세대출 취급 제한…예비 차주들 ‘패닉’
이처럼 금융소비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은 최근 은행들이 잇달아 주담대, 전세대출 등 상품 취급을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6일부터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주택 처분 등 조건부 전세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NH농협은행은 이달 6일부터 다주택자 대상 수도권 주택 구매를 위한 자금 대출을 중단하고, 조건부 전세대출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한술 더 떠 이달 9일부터 1주택자의 주택(수도권) 구매 목적 대출과 전세대출도 제한한다. 금융소비자들은 1주택자 대상 대출 중단 조치가 다른 은행으로 확대되면 추후 새 집을 사거나 전셋집을 구해 이사할 때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일부 대출상품 취급을 중단하는 조치에 더해 주담대 만기를 단축하는 방법도 동원됐다. 최대 50년이던 주담대 만기를 30년으로 줄여 차주가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을 높이는 방식이다. 그러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은행마다 조치 달라…금융소비자 불만 고조
은행권 관계자는 “주택 수요가 늘어나는 게 가계대출 폭증의 근본적인 원인이므로 은행별로 대책을 낸다고 해도 금융 소비자들은 틈새를 찾아 돈을 빌릴 것”이라며 “차라리 금융당국이 주도권을 잡고 대책과 메시지를 내놓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최근 당국과 은행권 등의 조치가 3년 전 ‘빚투(빚내서 투자)’가 유행하던 시기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따라서 금융소비자들이 추후 대출 규제를 유추할 때 3년 전에 검토·시행됐던 조치들을 참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대출총량을 제한하는 조치도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가계대출 상승률 목표를 초과하는 은행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메시지까지 낸 것은 사실상의 대출 총량제”라며 “수치가 튀는 은행이 있다면 언제든지 더욱 강력한 조치가 발표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