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장기화로 전기요금 인상이 순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전력 등 에너지 공기업들은 속앓이만 하고 있다. 한전은 부채비율이 500%를 넘어선 상황에서 한전채 상환 기한도 임박해 요금 인상이 더 미뤄지면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3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중장기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올해 공공기관 평균 부채비율은 207.3%로 집계됐다. 한전 부채비율은 517.3%로 평균치보다 2.5배 높아 재무 위험 공공기관, 사업 수익성 악화 기관으로 분류됐다.
다만 202조9900억원에 달하는 누적 부채를 해소하려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전기요금이 ㎾h당 1원 오르면 연간 5500억원 수익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다. 10원 이상 인상되면 수조 원대 수입 증가가 기대돼 부채 감축에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앞서 김동철 한전 사장은 "2027년 말이면 사채 발행 배수를 2배로 줄여야 해 쌓인 누적 적자를 전부 해소해야 한다"며 "2027년에 요금을 손댄다면 국민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려야 하는 만큼 지금부터 순차적으로 대비하는 게 옳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전은 지난 6월부터 채권 발행을 재개해 6월 1조원, 7월 1조9000억원, 지난달 2조1900억원 등 한전채를 발행 중이다. 한전채 발행 한도는 총 87조5000억원이며 현재 76조5000억원이 시장에 풀렸다.
한전은 자본금과 적립금 총액의 두 배까지 사채를 발행할 수 있으나 한도가 거의 다 차자 2022년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을 통해 발행 한도를 5배로 늘린 상태다. 이 법은 2027년 12월 31일에 일몰될 예정이라 2028년부터는 발행 한도가 다시 2배로 회귀한다.
4년도 채 남지 않은 기간 내에 41조원 넘는 채권을 상환해야 할 처지다. 요금 인상이 미뤄지는 사이 원유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라도 추가로 오르면 디폴트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전 관계자는 "대규모 누적 적자 해소 등 지속 가능한 경영 여건 마련과 2036년까지 150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 전력망 적기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최소한의 전기 요금 정상화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