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주도로 양대 국영 조선사인 중국선박(中国船舶)과 중국중공(中国重工)이 합병하며 총자산 70조원의 '슈퍼 조선사'가 탄생한다.
최근 전 세계 조선업이 새로운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한 가운데 이뤄진 이번 합병은 중국의 자국 조선업계 경쟁력을 한층 높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中 조선업 '빅딜'···70조 자산 '슈퍼 조선사' 탄생
중국선박과 중국중공은 세계 최대 조선그룹인 중국선박그룹(CSSC) 산하의 양대 상장회사다. 이번 합병은 중국선박이 주식 교환을 통해 중국중공을 흡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합병 건으로 중국선박과 중국중공은 3일부터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각각 주식 거래가 잠정 중단됐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중국선박과 중국중공 총자산은 각각 1743억 위안, 2020억 위안으로, 이번 합병을 통해 중국선박 총자산은 3700억 위안(약 70조원)이 넘게 된다. 중국선박이 중국중공을 합병하면 자산은 물론 매출·선박 수주량 등 방면에서 '세계 1위 조선사' 왕좌를 이어갈 것이라고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진단했다.
특히 중국 관영 매체 상하이증권보는 “합병 후 중국선박이 ‘고급·정밀·최첨단' 고부가가치 선박 제품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양사의 합병은 앞서 2019년 중국선박공업그룹(중선그룹)과 중국선박중공그룹(중선중공그룹)의 합병으로 세계 최대 조선그룹인 중국선박그룹이 탄생하면서 예고됐다. 이번에 합병하는 중국선박과 중국중공이 각각 중선그룹과 중선중공그룹 산하 상장사이기 때문. 중국선박그룹은 2019년 출범 당시 중국선박과 중국중공 간 업무 중복 경쟁을 막기 위해 2026년 이전까지 양사를 합병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는데, 이를 2년 앞당긴 셈이다.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하는 中 조선업계
최근 글로벌 조선업계가 슈퍼사이클에 진입하면서 중국 정부가 자국 조선사의 덩치와 체질을 키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이기 위해 양사 간 합병을 적극 추진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업인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7월 신조선가지수는 187.98로, 1년 전보다 15.61포인트 올랐다. 조선업 최대 호황기로 꼽히는 2008년 9월(191.6) 수준에 육박한다. 중국 신만굉원 증권은 이번 조선업계 슈퍼사이클이 십여 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조선업계는 전 세계 선박 수주 물량을 싹쓸이하는 모습이다. 이는 올 상반기 선박 건조량, 신규 수주량, 수주잔량 지표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중국 선박 건조량은 2502만 DWT(재화중량톤수)로 전년 동기 대비 18.4% 증가해 전 세계 선박 건조량의 55%를 차지했다. 특히 선박 신규 수주량은 5422만 DWT로 43.9% 늘어나 전 세계 신규 수주량의 무려 74.7%를 싹쓸이했다. 같은 기간 수주잔량도 38.6% 증가한 1억7155만 DWT로, 전 세계 수주잔량의 58.9%에 달한다.
아울러 1~7월 중국 선박 누적 수출량은 3470척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3% 증가했다. 특히 수출액은 84.4% 증가한 1736억7900만 위안에 달했는데, 이는 그만큼 중국의 고부가가치 선박 수출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하이증권보는 “이번 슈퍼사이클은 기존과 달리 대형 선박, LNG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으로 수주가 이뤄지고 있다”며 “저탄소 시대에 고급화·스마트화·디지털화 표준화 발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