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년 만에 열린 여야 대표 회담을 통해 '민생공약 협의기구'를 구성하는 데 합의했다. 정쟁 법안에서 벗어난 민생 법안은 협의해서 처리하겠다는 건데 정치권에선 '일극체제'인 민주당과 달리 용산과 원내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인 한 대표로 인해 협의 기구 성과가 저조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대표와 이 대표는 2일 각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전날 열린 '대표 회담'에서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많은 쟁점들 중 대부분이 합의된 상태라 국회에서 입법을 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여야 대표 회담을 하면서 한 생각은 국민들께 정치는 계속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와 앞으로도 자주 만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 역시 "매우 허심탄회하고 솔직한 대화들이 오갔던 자리였다"며 "특히 민생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세세한 부분이라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것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당히 많은 부분들에 대해 실질적 합의가 됐기 때문에 앞으로 국회에서 입법하거나 또 정책 입안을 하는 데 상당히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며 "특히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각종 조치 등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입법적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날 또 △금융투자소득세 △의료대란 △반도체 및 AI(인공지능) 산업 △가계·소상공인 부채 부담 완화 △저출생 대응 △딥페이크 성범죄 심각성 △지구당제 부활 등 사안에 대해서도 많은 공감대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두 사람 간 이 같은 '청신호'에도 불구하고 협의기구가 제 역할을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본다. 여야가 정기국회를 앞두고 대타협을 선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정쟁의 불씨가 남아 있고 한 대표의 당내 장악력이 미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협의기구를 낙관적으로 보긴 힘들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얼마 전 약 30개 민생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긴 했지만 이는 정기국회와 추석 명절을 앞두고 '빈손 국회' 소리를 듣기 싫어 어쩔 수 없이 타협한 측면도 있다"며 "갈등의 뇌관이 남은 상태에서 원외 인사인 한 대표가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대표는 일극체제로 입지가 굳건한 이 대표와 입장이 다르다. 용산과도 의견 일치를 보여야 하고 원내 설득 작업도 필요하다"며 "대표적인 게 '채 상병 특검법'과 의대 정원 증원 문제 아니냐"고 지적했다.
같은 당 초선 의원은 "어떻게 보면 민주당이 더 민주적이지 못한 것"이라며 "한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많은 당원들이 뽑아준 당대표이긴 하지만 뭐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뽑아준 것은 아니다. 여야가 대화를 하는 것은 좋지만 두 사람만의 대화로 협의기구가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