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파업이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됐다. 다만 전삼노가 삼성전자 사내 다수 노조인 만큼 '대표 교섭권'을 다시 확보할 가능성은 크다.
전삼노 집행부는 29일 오후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현재 파업권을 상실했다"며 "10월 1일 이후 빠르게 교섭을 진행해 파업권을 다시 확보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전삼노는 대표 교섭권과 파업권을 잃을 가능성이 커지자 다른 노조와의 연대를 고려하며 재정비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제3노조인 삼성전자노조 동행(동행노조)이 교섭권을 신청하면서 결국 파업권을 상실하게 됐다.
이에 지난 7월 8일 전삼노의 총파업 선언 후 진행됐던 삼성전자 노조 파업은 약 50여일 만에 별다른 소득 없이 종료됐다. 개별 교섭 또는 교섭 창구 단일화 이후 다시 노사 교섭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삼성전자는 적어도 반년 간 전삼노의 강경 투쟁 방향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동행노조는 지난달 "대표 노조의 총파업을 통한 협상은 회사와의 극한 대립으로 더 이상 합리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전삼노를 비판한 바 있다.
전삼노는 총파업에 돌입 후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사측과 △임금 인상 △휴가 제도 △성과급 지급 방식 등을 요구하며 집중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해 장기전에 들어갔다.
지난 8월 5일 현업에 복귀한 전삼노는 "총파업으로 인해 파운드리 생산 라인 등에서 실제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게릴라식 파업을 지속할 것을 예고했다.
하지만 사측은 "생산 차질은 전혀 없다"며 "가용 인원·자원을 활용해 충분히 대응하고 있다"고 전삼노의 피해 주장을 일축했다.
결국 이번 파업과 관련한 실질적인 피해는 전삼노 노조원들이 입게 됐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파업 기간 동안 임금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재계에선 "반도체 슈퍼사이클(호황기)이 도래한 상황에서 명분과 실리 모두 잃은 삼성전자 노조 파업은 무의미했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파업 실패에도 불구하고 전삼노는 지속해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23일 기준 조합원 수는 3만6616명으로,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000명)의 약 30%에 달한다. 전삼노는 앞으로도 조합원 확보와 타 노조와 합병 등에 집중하며 과반 노조를 목표로 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전삼노는 "궁극적인 목표는 국정감사(국감)이다"며 "더불어민주당 울산 쪽으로부터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관련해 참고인 자격으로 나와달라 요청 받았으나 정치화 우려로 고사했다"고 말했다.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오는 10월 7일 시작된다.
이어 "지금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 국회의원들과 소통 중이다"며 "삼성의 부당노동행위와 방사능 피폭 등 산업재해와 관련해 다룰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삼노는 이날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와의 직접 미팅을 요청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이는 지난 8월 1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의 책임을 묻은 이후 사측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전삼노 집행부는 한 대표이사 외에도 주요 경영진과의 만남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