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슈 돋보기] 북·중 '이상기류' 속 한·중 관계는 회복 청신호

2024-08-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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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中 영화·드라마 시청 금지 지시…사상 처음

조선중앙통신은 북중친선의 해 개막식이 지난 4월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개막식에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방북 중인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4월 '북·중친선의 해' 개막식이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개막식에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방북 중인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 당국이 최근 중국의 영화와 드라마 등을 '불순 녹화물' 목록에 올리고, 중국 역사관에 대한 내부 강연녹음물도 듣지 말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의 2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함경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지난 5월 말~6월 초 지시된 불순 녹화물 목록에 남한 배우 김연자의 북한 공연 노래를 비롯한 남한 노래, 영화 등과 인도 및 러시아 영상, 중국 텔레비전 연속극과 영화가 수십 편 포함돼 있었다"며 "중국 녹화물의 금지 목록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영화와 달리 봐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중국 영화와 연속극이 불순 녹화물로 지정된 것에 놀랐다"며 "코로나19 감염병 사태가 끝난 지 오래지만 아직 (중국) 국경 세관이 완전히 열리지 않는 것을 보면 중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것 아니냐"고 추정했다.

아울러 이 소식통은 "얼마 전 각급 당 조직과 사법기관에 주민들이 '중국의 역사관'과 관련한 강연 녹음물을 듣거나 유포시키지 못하게 하라는 중앙의 지시문이 내려온 것을 알게 됐다"며 "김정은이 직접 비준한 지시로 알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곳곳에서 감지되는 흔적…'발자국 동판' 철거가 시작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은 북·중 양국의 이상기류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산책을 기념하기 위해 다롄에 설치했던 '발자국 동판'이 자취를 감춘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후 북한 관영매체의 대외 송출 수단이 중국에서 러시아 위성으로 전환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데 이어 중국 정부가 북한에 자국 내 북한 노동자의 전원 귀국을 요청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졌다.

또 북한 정전협정 체결일(전승절)을 맞아 지난달 27일 저녁 평양체육관 광장에서 진행된 기념 행진 행사에 북한 주재 외교관들이 다수 참석한 것과 달리 왕야쥔 중국대사가 불참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북·러 밀착을 견제하는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전통적 우호 협력 관계 중시 입장 변함 없어" 부인
반면 중국 정부는 북·중 간 이상징후에 눈길이 쏠린 데 대해 날 선 반응을 보이며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북·중 관계 관련 질문에 "올해는 6·25전쟁(조선전쟁) 정전 71주년"이라며 "71년 전 중국 인민지원군이 북한 인민, 군대와 함께 싸워 중국 항미원조전쟁과 북한 조국해방전쟁(6·25전쟁)에서 위대한 승리를 거뒀다"고 답했다.

린 대변인은 이어 "이 과정에서 북·중 양측은 피로 굳건한 전통적 우의를 맺었다"며 "국제 정세의 큰 변화에도 불구하고 북·중 전통적 우호 협력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켜 나간다는 당과 정부의 일관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개별 국가와 언론이 뜬구름 잡는 식으로 북·중 관계에 문제가 생겼다고 선전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의 관계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는 식의 사실과 다른 논조를 펴는 것은 전혀 다른 속셈이 있다"며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북한과 러시아는 모두 중국의 우호적 이웃 국가다. 중국은 북·러 관계가 발전해 지역 평화와 안정에 건설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단된 청년 교류 5년 만에 재개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외교부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외교부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안 멀어졌던 한·중 관계에는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한·일·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된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간 회담 이후 양국의 각종 행사가 잇달아 다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시작됐으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됐던 한·중 청년 교류도 5년 만에 재개됐다. 

양국은 수교 32주년(8월 24일)을 맞아 관계 발전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수교 32주년을 맞는 양국 관계가 상호 존중, 호혜, 공동이익을 바탕으로 보다 건강하고 성숙한 방향으로 발전해 갈 수 있도록 중국 측과 함께 계속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양국 수교 기념일을 하루 앞둔 23일 "중국은 한국과 함께 양국 지도자의 중요한 공동 인식(합의)을 잘 실천하고, 수교 당시 초심과 우호적인 방향을 견지하고 호혜적인 협력을 심화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다만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 아닌 만큼 정부 차원의 기념행사는 개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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