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하려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와 자율성을 주장하는 대한체육회(회장 이기흥) 간에 전쟁이 발발했다. 그동안 문체부와 체육회가 빚은 갈등은 문체부가 발표한 예산안에서 폭발했다.
문체부는 2025년도 예산안을 편성해 발표했다. 예산안에 따르면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에 지원했던 생활체육 예산 416억원을 체육회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하기로 했다.
이번 발표로 문체부는 예산 집행권을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일명 '체육회 패싱'이다.
'체육회 패싱'은 종목 단체 예산 집행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문체부는 "원칙에 따라 종목 단체 개편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세부사업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체육회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예산 체계 개편이 국민체육진흥법 제33조에 위반된다는 이유에서다. 예산 집행권을 내주면 대내외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는 이유도 내포됐다.
그러자 문체부 측은 또 "33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체육진흥에 관한 사무를 수행할 수 없다거나, 모든 체육 예산 집행을 체육회가 해야 함'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4200억여 원의 예산과 별개로 축구·야구 등 종목에 1000억원 이상을 직접 지원한다. 예산 개편은 문체부가 제출하고, 기획재정부가 심의해 확정된다. 체육회 측 주장은 문체부·기재부 법률을 위반한다"고 덧붙였다.
체육회가 주장한 국민체육진흥법 제33조는 '체육단체 육성'이다.
체육회는 문체부 장관 인가를 받아 설립한다. 체육회 회장은 투표로 선출되지만 문체부 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 결국 체육회는 문체부 통제를 받는 단체다. 이에 문체부는 법대로 체육회를 통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체육회는 지난 28일 충북 진천군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회원종목단체와 국가대표 지도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종목별 사무처장과 국가대표 지도자 등 150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기흥 체육회장은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추어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문체부 예산안에 대응하기 위해 세를 과시하는 형국이다.
이기흥 체육회장은 2016년 당선됐다. 올해로 8년 차, 2선째다. 임기는 올해 종료된다. 내년 1월에는 회장 선거를 진행한다.
이기흥 체육회장이 3선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체육회 내 스포츠공정위원회 허락을 받아야 했지만 이 정관은 지난 7월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삭제됐다.
이러한 상황에 문체부가 "체육회 정관 개정안을 절대 승인하지 않겠다"고 못 박자 이기흥 체육회장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체육계 인사는 "이기흥 체육회장은 스포츠·불교 인맥이 두껍다. 장악력이 큰 사람이다. 3선에 도전하게 되면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기흥 체육회장 연임이 아니더라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도 4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최근 대한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 선임으로 비난을 받았고, 이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퇴진 운동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4선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단,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허가하면 연임할 수 있다. 위원회가 정말 공정하다면 다시 출마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문체부 역할은 예산과 연임만 통제하는 것이 아니다. 감사와 확인도 진행 중이다.
문제가 됐던 축구협회와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인 안세영이 폭로한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감사는 9월 내에 종료할 계획이다. 국가대표 훈련비가 제대로 지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지난달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