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날씨 변수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하고 소규모 설비는 제대로 계량도 되지 않아 태양광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개선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31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여름 찜통더위에 이달에만 5차례 최대 전력 수요를 경신했다. 지난 5일 93.8GW(기가와트)를 시작으로 12일 94.5GW, 13일 94.6GW, 19일(95.6.GW), 20일(97.1GW) 등 '역대 최고' 행진이 거듭되고 있다.
그럼에도 전력 수급 위기 정도를 가늠하는 공급 예비력은 9~10GW 수준을 유지했다. 통상 전력 공급 예비력이 5GW 이상이면 수급 상황이 안정적이라고 본다. 공급 가능한 전력 여유분을 의미하는 공급 예비율은 8.5~10.7% 정도다.
문제는 태양광 수급에 악영향을 끼치는 날씨 악재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1~24일 전국 폭염일수는 14.8일로 '최악의 여름'으로 꼽히는 2018년(14.1일)의 기록을 뛰어넘었고 열대야일수는 25일로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폭염은 태양광 발전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태풍도 태양광 발전에 불리한 변수로 지목된다. 태풍 접근에 따른 뜨겁고 습한 공기의 유입은 태양광 발전 효율을 낮춘다. 앞서 지난 20일 제9호 태풍 종다리가 북상할 당시 정부는 "(태풍 영향으로) 전국이 무더운 가운데 태양광 설비가 집중돼 있는 호남권의 흐린 날씨로 태양광 발전량이 낮아졌다"고 설명한 바 있다.
태양광은 날씨에 따른 변동성이 크다는 게 최대 단점이다. 너무 덥거나 습해도, 비가 오거나 흐려도 발전량이 떨어진다.
1W(와트)의 전기가 아쉬운 판에 전력량 관리도 미흡하다. 시장 참여 태양광의 경우 실시간으로 전력 공급에 포함되지만 1MW(메가와트) 이하의 한전 직접전력거래계약(PPA)이나 자가용 태양광(BTM) 발전 등은 비계량 태양광으로 분류돼 실제 전력 시장 수요에서 빠진다.
이에 전력거래소는 한전 PPA, 자가용 태양광 발전량 등을 추계한 총수요를 공개하고 있는데 해당 수치조차도 추정치에 불과하다. 이 같은 점도 수급 불안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송배전망이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인프라 구축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태양광 설치 속도를 따라갈 송·배전망 인프라와 보조 전원 없이는 출력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고 결국 태양광 발전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태양광 외에도 폭염 일수 증가, 인공지능(AI) 산업 확대 등 매년 커지고 있는 전력 수급 불안정에 대비해 장기적인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에너지 문제는 결국 장기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며 "전력 수요 예측을 어렵게 하는 변수들에 대비해 대응 방안을 만들어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