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신임 여당 지도부와의 30일 만찬 회동을 추석 이후로 연기했다. 이 과정에서 만찬 연기 소식이 추경호 원내대표 측에만 사전 통보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대통령실의 '한동훈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야당 내에서도 한 대표의 당내 리더십에 의문이 찍힌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석을 앞두고 당정이 모여 밥먹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민생 대책을 고민하는 모습이 우선"이라며 "지도부 식사는 추석 연휴 끝나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당정 화합을 이유로 대통령실이 먼저 당에 초청 만찬을 제안했는데, 이를 일방 연기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민생을 이유로 들었지만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의 '의대증원 유예' 공개 제안에 대통령실이 불쾌감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만찬 연기를 당에 통보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한 대표를 배제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그런 해석에 무게를 더한다.
한 대표는 '의·정 갈등이 당·정 갈등으로 번진다'는 우려에 "국가의 임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라며 "거기에 대한 논의, 어떤 게 정답인지만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당이 민심을 전하고, 민심에 맞는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진 입원 치료 이후 당무에 복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우선적으로는 한 대표의 중재안에 힘을 싣는 태도를 취했다. 이 대표는 "한 대표가 의대 증원 유예를 얘기했는데, 현 상황에서 의료붕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안 중 하나"라며 정부를 압박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게 아니라 경증 환자를 분산한다면서 응급실 본인 부담률을 90%까지 인상했다"며 "차라리 응급실 앞에 경찰을 세워두고 검문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날을 세웠다.
9월 초 열릴 것으로 관측되는 여야 대표회담 의제에 '의대 증원 유예'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민주당이 용산 압박을 받는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민주당 내에선 '회담 회의론'도 상당한 것으로 감지됐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실무협의에) 특별한 진척은 없다"며 "(민주당은) 의제와 형식 측면에서 처음부터 다 열어놓고 대화하자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는데 한 대표는 스스로 본인의 입지를 계속 좁히는 방식으로 접근해 왔다"고 아쉬워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채상병 특검 문제도 그렇고 의대증원 유예 제안이 거절당한 것도 그렇고, (한 대표가 본인의 발언들을) 다 엎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해 당내에서는 대표회담을 해야 하는 것인지 회의감을 가진 분들이 많아졌다"며 "한 대표의 정치적 결단과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