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가장 빨리 기업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건 공시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나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공정공시'라는 종류의 공시도 있습니다. 이번 회차에선 공정공시는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공정공시란 상장법인이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정보를 기관투자자 등 특정인만 골라서 제공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예요. 흔히 IR이라고 하는 기업설명회나 기자회견, 기자간담회, 컨퍼런스콜 등에서 중요 정보를 다룰 경우 공정공시를 해야 해요.
정보 불균형이 주식시장에선 수익을 가르는 요소이기도 해요. 상대적으로 기업 정보를 얻기 어려운 일반투자자에게도 관련 정보가 공평하게 제공돼야야 합니다. 이 제도는 2000년 10월부터 미국이 세계 최초로 시행을 시작했고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2002년 11월부터 도입했어요.
수시공시와 헷갈릴 수 있는데요. 공정공시 의무가 생기는 요건이 있어요. 수시공시는 주요경영사항의 발생 또는 결정사실이 있는 경우에 선별 제공 여부와 관계 없이 공시 의무가 발생해요. 공정공시 의무는 특정인에게 선별 제공하는 경우에만 발생한다는 게 차이점입니다.
공정공시 의무의 요건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정보의 내용이 장래 사업계획·경영계획·매출액 등 영업실적에 대한 전망이나 잠정 영업실적, 주요경영사항 등에 관련한 내용일 경우 공정공시를 해야 합니다.
장래 사업계획 또는 경영계획은 신규사업 추진, 신시장 개척, 주력업종 변경, 신제품 생산, 신기술 개발 등 회사 전체의 영업활동과 기업실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해당하는데요. 3년 이내의 계획을 말해요.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이 공정공시 대상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포괄적인 지위를 가진 상장법인 임원, 업무상 정보에 대한 접근이 가능한 직원 등일 경우에도 공정공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합니다.
또 공시 정보를 제공받는 대상이 국내외 투자매매업자·투자중개업자, 전문투자자, 언론사 등 다른 투자자들에 비해 공정공시에 해당하는 정보에 보다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다면 공정공시를 해야 돼요.
사례를 볼까요. 28일인 오늘 현대자동차는 국내외 투자자 및 언론 등을 대상으로 'CEO 인베스터 데이(CID)' 열었어요. 특정인을 대상으로 열리기 때문에 공정공시를 냈어요.
이 행사에서 현대차는 중장기 전략, 투자 계획 및 재무 목표, 밸류업 프로그램 등을 제시했는데 2033년까지 10년간 약 120조5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어요. 발표 자료도 함께 첨부했고요. 주가는 4.65% 상승 마감했어요. 지수는 0.02% 올랐으니 주가에 영향을 주는 중요 정보였다고 볼 수 있어요.
지난 27일에는 유진투자증권이 2022년 12월 진행한 IR에서 밝혔던 공정공시를 정정했어요. 기보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기존 2024년 말까지 회수하겠다고 했지만 2025년 중 전액 회수하겠다고 변경했습니다. 기존엔 예상 회수금액을 1350억~1655억원이라고 밝혔지만 공시를 정정하면서 매각 합의금액도 949억원이라고 명시했어요.
이렇게 회사의 실적뿐만 아니라 목표치나 경영계획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라면 참고할 만한 정보예요. 공정공시는 증권시장을 통해 제출한 것만 인정돼요. 상장사가 신문이나 온라인에 개재해 알렸다고 하더라도 공정공시 의무를 다 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금양은 소수만 볼 수 있는 유튜브를 통해 자사주 처분 계획을 먼저 공개한 뒤 뒤늦게 이를 공시하면서 공시 의무를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았죠. 공정공시 규정을 위반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기도 했어요.
공정공시만 모아보려면 KIND에서는 상세검색 화면에서 공정공시를 선택하면 원하는 유형에 따른 공정공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DART에서는 공시서류검색→공시통합검색 화면에서 거래소 공시를 클릭하면 공정공시를 선택할 수 있어요. 기업명을 입력하지 않고 검색을 눌러도 공정공시를 제출한 기업들을 볼 수 있습니다.
시한도 있는데요. 원칙적으로는 정보를 선별 제공하기 전까지 공시해야 하지만 경미한 과실·착오로 제공하는 경우에는 제공 당일까지 공시하도록 하고 있어요. 정보를 선별적으로 제공했다는 사실을 임원이 알 수 없었다는 걸 소명하는 경우에는 임원이 이를 알게 된 당일에 신고하면 됩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상장사는 벌점과 공시위반제재금을 부과받게 돼요.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매매거래 정지, 불성실공시 사실의 공표 등 현행 수시공시의무 위반과 동일한 제재를 받습니다. 기업들도도 공정공시 의무를 잘 지키도록 노력하겠죠. 투자 정보의 바다인 공정공시를 잘 활용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