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전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강력한 제재 가능성을 시사한 지 사흘 만이다. 종합금융그룹으로서 10년 만에 보험업 진출을 앞둔 가운데 이번 부당대출 건이 동양·ABL생명 인수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이날 서울 중구 소재 본점에서 임 회장 주재로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관련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는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임원이 참석했다.
현재 금감원은 우리은행에 대해 지난 22일부터 재검사에 들어갔다. 현 경영진이 부당대출 의혹을 보고받고도 고의로 금융당국에 알리지 않았는지 추가로 살펴보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 9일 수시검사 결과를 발표한 지 불과 2주 만에 재검사가 이뤄지는 셈이다.
검찰도 전날부터 우리은행 본점 여신감리부서 등 사무실 8곳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나섰다. 현재 검찰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이나 개인사업자 차주에게 내준 전체 대출 616억원 중 350억원이 부당하게 지급됐다고 보고 있다.
긴급 임원회의 전 열린 이사회에서 의결된 동양·ABL생명 인수 안건 관련해서도 이번 부당대출이 최대 변수가 됐다. 이날 우리금융은 두 보험사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 가액은 1조5493억원이다. 최종 인수가 완료되면 우리금융은 2014년 우리아비바생명 매각 이후 10년 만에 보험업에 진출하게 된다.
아직 최종 인수까지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포함한 금융당국 승인 등 절차가 남았다. 그런데 현행법상 금융사 대주주가 되려면 최근 1년간 기관경고 조치 또는 최근 3년간 시정명령이나 중지명령, 업무정지 이상의 조치를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자칫 이번 부당대출로 기관 제재를 받으면 당국 승인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강력한 제재를 시사한 지 사흘 만에 임 회장이 공식 입장을 낸 것도 이러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25일 “법상 할 수 있는 권한에서 최대한 가동해 검사와 제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대상이 누가 될지 모르지만, 보고를 제때 안 한 거는 명확하게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론 경영진의 조기 퇴진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임기는 올해 12월 31일까지로 이보다 앞서 불명예 퇴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임 회장의 경우 2026년 3월까지로 임기가 남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향후 거취가 불분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