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새 먹거리로 집중하는 데이터센터 사업이 지역주민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건설 사업비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데이터센터 공사가 첫 삽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기한 없이 미뤄지거나, 허가가 반려돼 사실상 백지화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시공·시행을 맡은 건설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김포시 구래동 데이터센터 건립사업은 지난달 김포시가 착공허가를 최종 반려하면서 무산 위기에 처했다. 사업 시행사(디지털서울2 유한회사)는 시를 상대로 행정심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러나 지역주민 등의 반대로 지난해 김포시가 착공신고를 취하한 데 이어 이번에 허가를 최종 반려하면서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김포시 관계자는 "시행사가 소송에서 패소하면 착공이 무산되게 되고, 이후 다시 착공 절차를 신청한다고 해도 인허가를 받기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산업 발달로 데이터센터 수요는 늘고 있지만 건설사들의 새 먹거리 기대와 달리 사업 추진은 쉽지 않다고 업계는 말한다. 특고압 전자파와 소음, 열섬현상 등을 우려하는 지역주민들의 반대와 인허가 지연으로 인한 공사 중단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GS건설이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에 추진 중인 총면적 1만7000㎡ 규모의 데이터센터 착공도 미뤄지고 있다. 앞서 건축허가를 받아 올해 상반기 착공 예정이었으나 전자파 방출을 걱정하는 인근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GS건설 관계자는 "지난 6월에 착공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며 보완조치를 받아 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은 NHN과 2020년 투자협약을 맺고 5000억원을 투입해 경남 김해에 데이터센터 건립사업을 시작했지만 자금조달과 지역 반대 등에 어려움을 겪다가 지난해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글로벌 부동산 기업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수도권에서 데이터센터 용도로 인허가를 받은 총 33건 사업 중 절반 이상이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거나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인허가를 받은 사업 중 약 35%가 1년 이상 착공하지 않고 있으며, 공사 진행 중인 사업 중 약 30%는 인허가 후 착공까지 1년 이상 소요되고 있다.
세빌스코리아 관계자는 "과거 4년간 개발된 데이터센터들이 인허가 후 평균 4~5개월 내 착공했던 것과 달리 최근엔 다수의 사업들이 계획했던 일정보다 지연되고 있다"며 "향후 수도권 내 대규모 데이터센터 신규 개발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는 건설업계의 주요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고, 일반 건축공사보다 어려워 기술력을 보유한 대형사 중심으로 사업 참여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GS건설은 올해 초 경기 안양에 데이터센터를 준공했고, 최근에는 이베스트자산운용이 용인에 건립을 계획 중인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의 시공을 맡기로 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서초구 양재동 데이터센터 착공에 들어갔으며, 현재 용인에서 데이터센터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대건설은 현재 용인 죽전, 서울 금천구 등 총 4곳에서 데이터센터 시공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