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두고 민생 법안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전세사기특별법과 범죄 피해자 보호법 등 비쟁점 법안을 합의 처리해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제22대 국회 개원 약 3개월만에 협치의 물꼬를 텄다는 평이 나온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재표결을 앞둔 법안들과 여야 대표 회담, 채상병 특검법 등 정쟁 사안들이 남아 있어, 다시 무한 정쟁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전날부터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를 소집하고 그간 계류됐던 법안 심사를 시작했다. 이날 운영위원회를 포함한 5개 상임위가 전체회의를 열었고, 교육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 6개 상임위가 법안심사소위원회 및 예산결산소위원회를 개최했다. 전날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비롯한 9개 상임위가 전체회의를 열었다.
여야가 민생 법안 처리에 합의하면서 성과가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는 상속권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은 이날 담당 상임위를 넘어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까지 통과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방송4법과 노란봉투법 등이 정쟁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28일 본회의에 민주당이 이 안건을 올리면 기껏 트였던 협치 물꼬가 다시 틀어 막힐 수 있다. 이 경우 9월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건설적 대화보다 정쟁의 소용돌이로 다시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채상병 특검법과 여야 대표 회담 역시 불안 요소다. 민주당은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해 연일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발의를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코로나19 확진으로 한 차례 연기된 여야 대표 회담은 실무진들의 협의 과정에서 '생중계 여부'를 놓고 양당이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우리 당은 그간 계속해서 협치를 위한 여러 노력을 해 왔다"며 "여·야·정 협의체 구성도 우리가 먼저 의사를 타진했으나, 결국 정쟁을 끌고 와서 협의를 무산시킨 것이 야당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또 독소 조항 가득한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하고, 대표 회담에 이것 저것 조건을 달면 민생을 위해 터놓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나"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