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의 방위비 지출 목표를 현재 2%에서 3%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그가 재집권하면 나토 동맹국들에 대한 방위비 상향 압박이 강화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등 다른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인상 압력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국가방위군협회 총회 연설에서 현재 나토의 방위비 목표치인 국내총생산(GPD) 대비 2%에 대해 “2%는 세기의 도둑질이다. 3%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대부분의 나토 국가가 약 30% 정도 국방비를 증액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라며 “그들의 (국방비) 숫자를 보면, 우크라이나에 쓰는 돈 때문에 그 수치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년간 나토 국가는 모두 GDP의 2%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을 군에 지출했으며 이는 미군의 부담을 늘렸다”며 “그 차이를 채우고 부족분을 보충하며 위협을 억제하는 것을 도운 것은 우리”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가 (나토 회원국 방위에) 돈을 내고 있다. 믿기지 않는다”며 “나는 동맹국이 제 몫을 하도록 만들겠다. 그들은 공정한 분담을 지불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유럽은 우리보다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훨씬 더 걱정해야 하는데 우리가 1500억달러(199조6600억원)를 더 지출했다”며 “왜 우리가 1500억달러를 더 써야 하느냐. 왜 그들은 (미국과) 동등하게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모든 나라를 합치면 그들(유럽)은 미국과 같은 규모의 경제를 갖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독일에서 쉐보레 자동차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냐. 아마 한 번도 없을 것”이라며 “그런데 미국에는 벤츠, BMW, 폭스바겐 자동차가 수백만 대가 있다. 그들은 무역에서 우리를 이용하고 군에서도 그렇다”고 비판했다.
나토 회원국은 2014년 GDP 대비 2%를 방위비로 지출하기로 합의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6월 1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32개 나토 회원국 가운데 23개 동맹국이 올해 GDP의 2% 이상을 국방에 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토에 대해 방위비 인상을 구체적으로 압박함에 따라 한국 등 다른 동맹국에 대한 압력도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백악관에 재입성한다면 한·미 양국은 가장 먼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서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1월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집권 1기 중 후회되는 일이 무엇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독일차에 대한 관세를 충분히 매기지 못한 것과 한국으로부터 방위비 분담금 50억 달러를 받아내지 못한 것”이라며 “이 두 가지는 다음번 백악관에 들어가서 마무리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 4월 말 타임지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해 방위비를 더 부담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미는 2021년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보다 13.9% 오른 1조1833억원으로 합의했다. 당시 환율로 10억3600만달러였다. 이후 분담금은 매년 한국 국방비 인상률에 연동해 늘어나, 내년에는 1조4028억원이 된다. 미 정부가 11억달러 이상을 요구할 경우 2026년 분담금은 1조5000억원을 돌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