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증시가 금리 인하를 시사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정책 전환 기대감으로 환호한 반면, 우리 증시는 오히려 약세장을 연출했다. 중동발 전쟁 위기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급등한 유가와 환율에 반도체·자동차로 대표되는 대형 수출주의 하락이 지수를 끌어내렸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68포인트(0.14%) 내린 2698.01을 기록했다. 이날 지수는 15.19포인트(0.56%) 오른 2716.88에 출발했으나, 오전 장중 오름폭을 모두 반납해서 하락 전환했고, 오후 한때 낙폭은 0.4%대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코스피도 미국 증시 반등에 이끌려 개장 초 오르면서 시작했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크게 하락하며 오름세를 지키지 못하고 약세로 돌아섰다.
이날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468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이 4003억원, 개인이 97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국제정세 불안에서 이어진 유가 급등, 원·달러 환율 하락이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자동차 등 대형 수출주 하락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2.06%), SK하이닉스(-3.18%), 현대차(-1.19%), 기아(-1.15%) 등 시총 상위 종목이 내렸다. 외국인은 이들 4종목만 도합 5100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간 원화 강세가 빠르게 전개되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반도체 순매도로 환차익을 확정짓고자 하는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라며 "미국 증시와 '키 맞추기' 과정에 예상 밖의 강한 원화로 외국인 차익 매출이 출회되며 코스피 하락세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대형 수출주 약세에도 금리인하 수혜 업종인 제약·바이오와 최근 낙폭 과대 업종으로 꼽힌 이차전지, 인터넷 등 분야는 강세를 나타냈다. LG에너지솔루션(5.29%), 포스코홀딩스(1.47%) 등 이차전지주와 삼성바이오로직스(0.52%), 셀트리온(1.23%) 등 제약·바이오주, KB금융(1.96%), 신한지주(2.33%) 등 금융주가 올랐다.
이날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6.47포인트(0.84%) 내린 766.79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닥도 개장 후 0.5%대 상승 출발했으나 곧 반락했다. 외국인이 1031억원, 기관이 467억원어치 순매도했고 개인이 157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에코프로비엠, 알테오젠, HLB, 엔켐, 휴젤, 삼천당제약 등 시총 상위권에 포진한 이차전지, 제약·바이오주들도 하락했다.
국내 증시 전반적으로 원화 강세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전기·가스 업종, 내수 중심의 방어주가 강세였다.
이 연구원은 "반도체, 자동차 약세 속에 지난주 강세 반전한 이차전지, 인터넷의 흐름이 눈에 띈다"며 "전반적으로 최근 주목받던 업종에서 내수 방어주, 저평가 업종 중심으로 상승 흐름이 전환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오는 28일(현지시간)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후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증시 상승 기회가 되살아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반도체, 자동차, 기계 업종에 대해선 변동성을 활용한 단기 매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경계심리, 수급 변화로 충분히 조정을 받을 경우 실제 실적 발표 이후에는 안도감이 유입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