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회복과 함께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역대 최대 수준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나타냈다. 금융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중심으로 모든 가계부채 억제 수단을 고려하겠단 방침이지만 사후약방문식 대처라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주담대 잔액은 559조7501억원으로 6월 말(552조1526억원)보다 7조5975억원 늘었다. 이 같은 증가 폭은 5대 시중은행에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2016년 1월 기록 이후 월간 최대다. 8월에는 이 기록이 다시 깨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22일 기준 주담대 잔액은 565조8957억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이미 6조1456억원 늘었다. 월말까지 열흘 남았고, 증가 속도를 고려하면 충분히 7월 증가 폭을 넘어설 수 있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담대가 폭증하고 있다. 해당 은행의 지난 6월 전체 주담대 신규 취급액 중 수도권(서울·경기·인천) 담보 물건에 대한 비중은 약 71%다. 지난해 3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다시 70%를 돌파했다.
주담대가 폭증하자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내달 1일부터 대출금리에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2단계 스트레스 DSR을 시행하고, 동시에 은행이 모든 신규 가계대출에 자체 관리 목적의 DSR을 산출한다. 차주의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한편 당국은 은행의 DSR 수치를 보고 추가 조치를 검토한다.
그간 언급되지 않았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규제 강화도 거론된다. 당국은 가장 최후의 수단으로 LTV까지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지난 21일 당국은 5대 시중은행과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열고 LTV 강화에 대해 논의했다. 또 현재 최대 100%에 달하는 전세자금대출 보증 비율을 낮추고 주담대 거치기간(원금 상환 없이 이자만 납부하는 기간)을 없애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시기상 가계부채 급증세를 잡기엔 한참 늦은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당국은 올해 7월 시행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DSR 2단계를 9월로 늦췄고, 이는 최근 가계부채 폭증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그사이 부동산 시장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고,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거래가 늘고 있어 이미 가계부채 증가세를 꺾기엔 늦었다는 의미다.
지난 22일까지 올해 수도권에서 거래된 아파트 매매는 약 11만3000건으로 작년 수치인 13만2000건을 넘어설 전망이다. 9억원을 초과하는 수도권 고액 아파트 거래 비중도 2021년 14.99%에서 올해(지난 22일 기준) 23.7%로 8.71%포인트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가 주택 매매 건수가 늘며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라며 “은행들이 앞장서서 DSR을 활용해 대출 한도를 줄인다고 해도 시장금리가 내려가는데 결국 가계부채 억제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