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외교·안보 담당 고위 관료들이 최근 비밀리에 미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대만 간 비밀 회동은 지난 5월 라이칭더 총통 취임 이후 처음이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린자룽 대만 외교부장(장관)과 우자오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서장이 이번 주 비밀 회담을 위해 대표단을 이끌고 워싱턴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대만 대표단은 존 파이너 미 국가안보부보좌관,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국장 등과 회동할 전망이다.
특별채널은 대만과 미국 양국 고위 관료들이 대규모로 모여 세부 회담을 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특히 이번 비밀 회담은 지난 5월 라이 총통이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것으로, 양안(중국과 대만) 긴장이 고조된 민감한 시기에 이뤄졌다.
중국은 라이 총통을 ‘위험한 분리주의자’라고 묘사하며 그가 전임 차이잉원 총통보다 ‘대만 독립’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 라이 총통 취임 이후 대만에 대한 군사·경제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만이 향후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 이번 회담을 통해 방향이 어느 정도 잡힐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역시 외교 경험이 많지 않고, 그만큼 예측이 어렵다는 점에서 라이 총통 취임 이후 긴장감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FT는 짚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냈던 중국 전문가 에반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특별채널에 대해 "오늘날 세계 정치에서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채널 중 하나"라며 "특히 중국의 압박이 높아짐에 따라 대만과 미국 간의 명확하고 일관된 소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