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제·학계 전문가들이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국내에 도입하면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플랫폼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플랫폼이 매출을 내는 주요 수단인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생사기로에 놓일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와 공동으로 '플랫폼 규제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는 주제로 온라인플랫폼 규제 동향 국제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에 참석한 글로벌 경제·학계 전문가들은 EU가 DMA를 도입한 지 약 6개월 지난 현재 항공·호텔 등 서비스 기업을 비롯한 유럽 사회 곳곳에서 제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EU가 DMA를 제정한 이유는 자국 토종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 활성화를 위한 차원이었으나, 이미 경쟁이 극에 달한 국내 상황을 볼 때 이러한 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규제를 도입할 경우 오히려 글로벌시장에서 선점 중인 국내 대형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플랫폼을 통해 사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에는 치명적인 피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잇달았다.
카티 수오미넨 국제전략연구소(CSIS) 객원연구원은 EU의 플랫폼 사업자들이 비용부담 증가로 인해 고용창출 효과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또 사업자에게 늘어난 비용부담은 곧 플랫폼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예견했다. 디지털 서비스 비용 상승으로 EU 기업에 최대 710억 유로(약 105조4200억원), 미국 기업에 970억 달러(약 129조5241억원) 상당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이라 전망했다.
한국 플랫폼 기업 피해는 이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트레버 웨그너 미 컴퓨터·통신산업협회 연구센터 소장은 "한국이 EU 국가들보다 훨씬 선도적인 강국"이라며 "DMA에 기반한 정책을 시행할 경우 한국 수출은 AI 서비스의 출시 지연으로 인한 생산성과 혁신의 둔화에 약 6배 더 심각하게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웨그너 소장에 따르면 EU의 경우 전체 상품 수출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상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5%에 그친다. 반면, 한국 ICT 상품은 전체 상품 수출의 약 29%에 육박한다.
마지막으로 다니엘 소콜 미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USC) 교수는 "한국에서 70% 이상의 중소기업이 매출의 50% 이상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낸다"며 "DMA 규제법을 도입하면 이들의 생태계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제발표 이후로는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좌장을 맡아 조나단 맥헤일 CCIA 부회장, 백용욱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이승주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등이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조나단 맥헬 CCIA 부사장은 토론에서 "EU가 DMA를 왜 시도하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EU는 자국 토종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 인위적으로 경쟁을 촉진해야 했지만 한국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