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또 이날 청문회에서 야당 몫의 방통위 상임위원 2명을 추천하겠다는 의사도 나타냈다. 5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는 지난 1년여 동안 '2인 체제'로 파행 운영돼 왔다.
21일 열린 '불법적 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3차 청문회'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여당 간사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오는 26일 임박한 행정소송 사건의 결론을 지켜보는 것이 도리"라며 "청문회에서 소송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답변을 강요하거나 재판 이외 제출돼서는 안 되는 서류들이 나와서 신문 수단으로 활용되는 상황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어 "저희(국민의힘) 위원들은 3차 청문회가 계속 진행된다면 더 이상 참여할 수 없다"며 "청문회는 즉각 중단돼야 하고 만일 끝까지 진행돼서 26일 재판에 영향을 미친다면 국회는 중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격적인 청문회 시작 전 모두 퇴장했다.
만일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본안 판결 때까지 새 이사들은 임기를 시작할 수 없다. 야당은 지난달 31일 이뤄진 공영방송 이사 선임이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위원장 직무대행) 등 두 방통위원의 의결로만 통과됐다는 이유로 위법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방통위와 여당은 2인 위원만으로도 전체회의를 구성할 수 있다며 적법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위법성 여부가 재판에서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이와 관해 논의하는 청문회가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야당은 청문회가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 간사인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원에서) 행정심판을 청구한 것과 한법재판소에 국회의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보고해서 가 있는 것은 엄연히 별개 사안"이라며 "불법적인 행위를 한 것에 대해 국회의원은 따져 물어야 하고, 이와 관련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여야 의원들 간 공방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7월 대통령실에서 두 차례나 방통위원을 추천해 달라고 공문을 보냈지만 민주당이 그간 추천하지 않은 것"이라며 "2인 체제를 의도적으로 만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 관련해 불법적 2인 의결의 문제, 회의 운영과 절차상의 문제, 기피 신청과 '셀프 각하' 문제, 결격 사유 미확인, 심의 없는 의결 등 5가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오늘 저희가 청문회를 해야 하는 이유가 더 명확해졌으며, 청문회를 넘어 방송장악에 대한 국정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과방위 위원장인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야당 몫의 방통위원 2명을 추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신의성실 원칙을 믿고 방통위원을 추천하기로 했다"며 "공모를 통한 정당한 절차를 통해 민주당 추천 몫의 방통위원 선임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추천 위원들을 대통령이 임명해야 하며, 앞으로 여야 위원들이 함께 공영방송 이사를 재추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몫의 상임위원을 추천하지 않아 왔다. 정치권에서는 현행 방통위 위원회의 구조상 야당이 위원 2명을 임명한다고 해도 대통령 2명, 여당 1명 등 총 3명에 다수결에서 밀리기 때문에 민주당이 상임위원 추천에 나서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왔다. 만일 야당 추천 2명이 임명될 경우, 현재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탄핵심판으로 직무 정지가 된 상황인 만큼 여당이 위원 1명을 임명한다면 2대2로 동수가 된다. 유일한 상임위원인 김태규 직무대행은 대통령 추천 인사다.
다만 이에 대해 최형두 의원은 "방통위 5인 체제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현재 헌법재판소로 넘겨진 이진숙 위원장의 탄핵심판 종결과 함께 동시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진숙 위원장의 탄핵심판 절차가 끝난 후에 여야 상임위원 임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이 상임위원을 추천한다고 해도 최종적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는 당초 채택된 증인 25명 중 17명이 출석하지 않았다.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도 불출석했다. 방통위에서는 조성은 사무처장, 김영관 기획조정관, 이헌 방송정책국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