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업계에 따르면 한성차는 이날 임금협상을 재기한다. 사측이 동결을 고수하자 노조가 2차 총파업을 마친 후 첫 논의다.
한성차 직원들은 지난해 신차 판매 경쟁에 불붙자 일부 고정비용을 사비로 지불하며 판매 실적을 쌓아왔다. 과장 기준 월 기본급은 210만원으로 판매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다. 보통 한 달에 한 대를 팔면 차 값의 1%를, 2대를 팔면 1.5%, 3대는 2%로 올라간다.
한성차의 프로모션 제한으로 경쟁 딜러사 대비 영업환경이 위축된 탓에 차를 팔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한성차의 프로모션 조건이 다른 딜러사 대비 약 500만~1000만원 적었다. 올해 들어서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1인당 월 평균 판매대수는 2.5대에서 3대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월 평균 1대 팔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센티브는 할인에 녹여넣어 사실상 기본급과 수수료가 실제 받는 임금이 된다"며 "프로모션 폭 제한에 사측은 대당 수익성을 높일 수 있지만 직원들의 임금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고 말했다.
한성차는 올해 임금 동결을 제시한 이유로 지난해 적자를 지목했다. 회사는 지난해 468억원의 손실을 내며 4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3조4439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줄었다. 사실상 지난해 벤츠를 팔아서 손실만 본 셈이다. 한성차는 적자를 내 올해 법인세를 내지 않게 됐다.
직원들은 벤츠코리아의 무리한 판매 압박과 한성자동차의 무책임한 경영 방식이 손실로 이어졌고 부담은 직원들에게만 떠넘겨졌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성차의 지난해 재고자산 하위 항목 가운데 딜러사가 배정 받은 신차를 뜻하는 '상품' 항목은 4265억원으로 전년 대비 209.3% 증가했다. 한성차를 비롯한 주요 벤츠 딜러사들은 판매 압박에 할인율을 높여갔지만 팔수록 손해를 봤다. 더클래스 효성과 스타자동차는 지난해 적자 전환했고 KCC오토와 모터원, 한성모터스도 전년 대비 78~90% 이익이 줄었다. 벤츠코리아는 2003년 국내 진출 이후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은 5.3% 증가한 7조9400억원이다. 영업이익은 15%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6.7% 늘었다. 차 매입 대수와 재고 확대로 대출이 크게 늘어났다. 한성차의 지난해 총 차입금은 전년보다 491% 증가한 4727억원이다.
한성차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임단협 협상 담당자를 인사 담당 임원에서 김민정 상무로 교체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 상무는 고(故) 김성기 한성차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최근 선임된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MBF) 부사장 출신 박상필 부사장도 노사 간 갈등을 조율할 인물로 지목된다. 다만 1차 총파업 이후 미온적인 태도로 2차 집단행위까지 이르게 하면서 노사 갈등에 더욱 불을 붙이고 있다는 평가다.
더 큰 문제는 대주주인 홍콩 레이싱홍그룹은 이익을 고스란히 챙겨가고 있어 직원들의 반감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한성차는 레이싱홍그룹 계열인 보너스리워즈가 100% 지분을 들고 있다. 한성차의 전시장 임차료도 레이싱홍그룹으로 흘러들어간다. 한성차가 지난해 한성인베스트먼트에 임대료로 지불한 돈은 약 298억750만원으로 이는 같은 기간 한성인베스트먼트 매출의 59%에 달했다. 한성인베스트먼트는 홍콩 트루스탠드가 100% 소유하고 있는데 레이싱홍그룹 계열이다. 벤츠코리아가 한성차에 차를 팔아 번 당기순이익 49%(약 930억원)도 레이싱홍 계열사 스타오토홀딩스에 배당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