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런 세상이 왔어도 농사짓는 일은 여전히 품이 많이 든다. 유리온실처럼 환경 조절이 가능한 경우는 많은 부분이 자동화되었지만 하늘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 노지 작물의 경우는 여전히 땅을 준비하고,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풀을 뽑고, 약을 치고, 수확해서 모으는 작업 어느 것 하나 농부의 손길과 판단이 필요하지 않은 일이 없다.
밭농사는 계속 이런 식으로 지어야 하는 걸까. 그에 대한 전망은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박람회 CES를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190년 전통의 농기계 업체 '존디어'는 2022년 CES에서 자율주행트랙터를 선보이고, 2023년에는 논밭에 스스로 비료를 뿌리는 이그잭트샷(Exact Shot), 자동 제초제 살포기 시앤드스프레이(See & Spray) 등 로봇 기반의 농기계 장비를 공개했다. 이는 바야흐로 노지 밭농사도 첨단기술 산업의 영역으로 들어섰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한번 의문을 갖게 된다. 이러한 자동화된 노지 농업은 재배 면적이 넓은 미국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우리처럼 1인당 경지 면적이 좁은 나라에서는 경제성이 없어 불가능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 기술과 정책은 노동 효율성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바로 여기에 당장의 경제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노지 스마트 농업 기술 개발과 실용화를 게을리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앞으로 농업은 생산자는 적어도 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청년 농업인과 기술을 가진 농업 전문경영인에 의한 대규모 스마트 재배가 일반적인 형태가 될지 모른다.
게다가 '글로벌 보일링(global boiling)'이라 불리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폭우는 베테랑 농업인조차 안정적으로 작물을 생산하기 어렵게 하지만 '지하수위제어시스템과 연계된 무굴착 땅속 배수'와 같은 스마트한 물관리 기술은 전력과 통신을 활용하여 안정적인 노지 농업의 기반을 제공한다.
존디어의 최고경영자 존 메이는 2023년 CES의 기조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 인구 중에서 농부는 2%도 채 되지 않지만 우리는 반드시 농부들을 신경 써야 한다. 왜냐하면 농업과 건설보다 세상 모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산업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식량 생산이야말로 첨단기술이 실제로 필요한 산업이다." 그의 말은 원래 경작지가 넓은 미국이든, 앞으로 한 사람이 운영해야 할 경작지가 넓어질 한국이든 모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을 능가하는 육체적 능력의 휴머노이드가 곧 개발될 정도로 디지털 기술이 급변하고 있는 지금이라면 우리나라에서도 쉽고 편한 밭농사가 먼 미래의 일은 아닐 것이다.